수도권 지자체들이 비슷한 성격과 취지의 대규모 개발 사업들을 경쟁적으로 추진, 중복ㆍ과잉 투자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인근 지역에서 유사한 사업을 완료했거나, 추진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의식도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엄청난 혈세낭비에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인천시는 경제특구인 송도국제도시에 건립을 추진중인 국제컨벤션센터에 4,200평의 전시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마곡지구내 국제업무단지에도 전시관 건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서울과 수도권 주변에는 여러 개의 국제전시장을 갖추고 있어 대표적인 중복투자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세워진 한국국제전시관(KINTEXㆍ킨텍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장으로 연면적만 1만6,000여평에 이른다.
지난 해 이 전시관의 가동률은 49.6%에 불과,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코엑스(1만941평ㆍ80%)나 서울무역전시장(2,400평ㆍ65%)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중복투자라는 지적이다.
차이나타운 조성 사업도 앞 다퉈 진행되고 있다. 일산신도시 장항동 2만여평에는 차이나타운 건립 공사가 지난해 10월 착공됐다.
하지만 경제특구인 인천 영종ㆍ청라지구에도 차이나시티(82만평)와 중국인 거리 등이 있는 아시아문화촌(25만평)이 각각 들어설 계획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차이나타운이 있는 것은 알지만 당초 구상에 따라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해양생태공원도 인천과 시흥에서 추진중이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일대 해양생태공원(44만8,000평)은 2년전 공사에 들어갔고, 경기 시흥시 장곡동 갯벌생태공원(45만평)은 내년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두 지역은 불과 거리가 3~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밖에 인천시는 2010년까지 영종도ㆍ시도ㆍ강화도 등 3곳에 드라마세트장, 애니메이션극장, 영화제작학교 등을 갖춘 영상문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옹진군 북도면 시도 일대 12만평과 영종도에 21만평, 강화군 선원면 연리 13만평 등이다.
경기 남양주시는 이에 질세라 2010년까지 오남읍 팔현리 13만7,000평에 영상단지를 조성하고, 부천시도 내년말까지 애니메이션 센터 등을 갖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고양시와 인천시는 각각 화훼산업단지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검토작업이 선행되지 않는 대형 개발사업 추진으로 혈세 낭비를 부추기고,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지자체간 사전협의와 세부적인 검토작업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역간 자원이나 개발사업을 공동화하거나 협력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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