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 퇴진과 후임 총리 인선과정을 거치면서 막강한 발언권을 가진 실세의장으로 우뚝 선 분위기다.
정 의장이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14일 면담할 때 이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면서 후임으로 여성 총리를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한명숙 의원이 총리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은 정 의장의 건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얘기다.
이 전 총리의 사퇴과정에서도 정 의장의 힘이 느껴진다.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이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유임에 대한 미련도 갖고 있었다. 그런 노 대통령이 흔들리는 마음을 접고 사퇴 쪽으로 굳힌 것은 정 의장과의 면담을 통해서다.
정 의장의 힘은 여론을 등에 업는 감각과 대중성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정 의장은 이 총리 사퇴 과정에서 함구령으로 당내 잡음을 막으면서 의원들의 의견수렴이라는 절차로 사퇴론의 당위성을 확보했다.
한 의원 천거 역시 마찬가지. 정 의장은 21일 여수방문에서 여성총리 건의 사실을 밝히면서 “당내에도 그런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새 총리 후보에 대해 당내 여론을 수렴한 뒤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것이다. 개인 의견이 아닌 대세임을 내세워 여성 총리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의 중요성도 정 의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선거 승패가 절대적으로 중시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도 당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 의장의 영향력 확대는 당내 문제에도 적용되고 있다. 22일 열린 중앙위원회는 지방선거기간 당헌ㆍ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중앙위원회에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로 위임했다. 선거국면에서 신속히 결정을 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도 일리가 있지만, 어쨌든 정 의장이 경선과정의 갈등이나 조정 등에서 보다 힘을 발휘하게 됐다. 이밖에도 당 의장 비서진이 대선캠프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정 의장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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