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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순원 '길 위에 쓴 편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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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순원 '길 위에 쓴 편지' 출간

입력
2006.03.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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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추억될 때 따뜻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가슴에도 이 짧은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다가가 그의 이야기로 함께 추억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중견작가 이순원씨가 삶의 소중한 편린들을 더듬는 산문집 ‘길 위에 쓴 편지’를 펴냈다. 160여 편의 소품들로 이뤄진 이 책은 본보 ‘길 위의 이야기’란에 2003년부터 올 2월까지 연재한 600여 편의 글들을 추려 엮은 것이다.

작가는 1960년대 강원도 대관령 산골에서의 어린 시절 등을 마치 고향 동무들과 둘러 앉아 정담 나누듯 하나하나 되살려 내고 있다. 그리곤 독자들에게 함께 길을 걸으며 저마다의 추억들과 재회해 보자고 손짓한다.

마치 옛 시골의 구수한 밥상 모습이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담담한 감칠맛. “문학과 삶이 결국 여일(如一)함을 보여주는 작가”라는 세간의 평만큼이나 그의 글은 다감하다. 약간 모자라는 동네 아저씨에 대한 추억, 김장독 묻기, 보름날 더위팔기 등 책장을 넘기다 보면 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작가와 비슷한 또래들이 나누고 있을 법한 그리움들이 하나하나 자연스레 흘러간다.

안도현 시인은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한 듯 풀려나가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의 이야기에 발갛게 물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며 “손바닥 만한 글들이 시처럼 이토록 진솔하고 아름답게 열매 맺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놀랄 만큼 나는 사과를 잘 깎는다.…가을마다 감을 깎으며 연습을 한 것이다.…할아버지가 이 밭 저 밭 밭둑바다 고욤나무를 심고 감나무 접을 붙여 매년 가을이면 곶감 500접씩 했던 것이다. 일년에 내가 깎은 감들이 매년 천 개씩은 되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심은 감나무들은 이제 모두 늙어죽었다. 그 자리에 아버지가 심은 나무의 감이 가을마다 몇 박스씩 서울로 올라온다. 아직도 나는 그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든다’(곶감 만들기)

소설가 하성란의 말처럼 “가장 자연스럽고 이순원다우면서도 여운이 몸 속에 남아 이따금 몸 이곳 저곳이 결리는”글들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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