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김하늘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두 주인공의 해맑은 얼굴로 장식된 ‘청춘만화’(감독 이한)의 포스터를 보면서 3년전 520만명의 배꼽을 슬그머니 훔쳐갔던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퍼뜩 떠올릴 것이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얼굴의 권상우와 김하늘 콤비가 빚어내는 경쾌한 웃음은 ‘청춘만화’에서도 반복된다.
하지만 ‘동갑내기…’의 뻔한 복사판이라 생각한다면 영화 후반부에서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권상우가 우스개로 “‘식스센스’를 연상시키는 반전”이라고 표현하는, 김하늘이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다”고 말하는, 콧등을 시큰하게 하는 장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달콤한 전반부와 씁쓰름한 후반부를 잇는 바늘땀을 조잡하게 드러내지만, 굳이 흠을 잡고 싶어지지 않는다. 두 배우의 생기발랄하면서도 순수함이 가득한 연기가 영화의 흠집을 가려주기에 충분하다.
봄 햇살이 나른하게 쏟아지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권상우와 김하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13년간 아옹다옹 사랑과 우정의 질긴 줄다리기를 펼치는 영화 속 지환과 달래, 그 자체였다. 권상우는 금방이라도 “무슨 여자가 겨드랑이 털이 그리 길어, 좀 있으면 가르마도 타겠다”는 영화 속 대사를 얄밉도록 이죽거릴 듯 하고, 김하늘은 “어우~ 야!”하며 새침한 표정과 함께 금세 토라졌다가도 배시시 미소를 지을 것만 같았다.
3년만의 만남. 2003년 ‘깜짝 대박’을 합작했던 황금 커플이 다시 조우하기까지는 몇 번의 엇갈림이 있었다. TV드라마 ‘천국의 계단’ ‘슬픈 연가’로 더 빨리 만날 수도 있었지만 서로 진지한 사랑을 연기하기엔 일렀는지 매번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그 사이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 ‘신부수업’ ‘야수’ 등으로 쉴새 없이 달렸고, 김하늘은 ‘그녀를 믿지 마세요’ ‘령’에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동갑내기 사랑 만들기’로 불릴만한 ‘청춘만화’를 권상우는 “전작과 달리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좋았다”고, 김하늘은 “코미디와 멜로가 적절히 배합되어 내 감성에 딱 맞는다”고 평가한다.
오랜 소꿉놀이 친구처럼 죽이 딱딱 맞는 두 사람은 매번 웃으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권상우는 “자전거를 타고 육교에서 트럭 위로 착지하는 등 몇 차례 위험한 액션연기를 펼쳤지만,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눈을 찾아 설악산 기슭에 갔다가 폭설을 만난 정도가 촬영 중 겪은 큰 어려움이었다.
흥행에 대한 욕심과 부담도 있을만한데 둘 다 조금은 초월한 듯하다. 권상우는 “‘동갑내기…’를 생각하면 300만은 들어야 체면치레를 하는데, 흥행이 쉽지 않은 멜로 장르라 마음을 비웠다”고 말한다. 김하늘은 “흥행성적만 따졌으면 더 코믹한 영화를 찾았을 것”이라고 답한다.
두 사람 모두 한동안 쉴 듯하다. 권상우는 여름까지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는 쉬는 동안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싶단다. 김하늘은 “당분간 쉬며 어둡지 않으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은, 산뜻한 멜로 영화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동안 못 본 영화도 보고싶어요. ‘브로크백 마운틴’이 그렇게 좋다면서요.”(권상우) “요즘 동성애 영화가 뜨잖아요. 상우씨도 다음 작품으로 한번 생각해봐요. 여자 역할로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김하늘) “그만 놀려라.”(권상우)…. 두 사람의 티격태격 말다툼, 말리기에는 너무나 귀엽고 다정하기만 하다. 영화는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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