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서 활동하며 바스크 민족의 완전 분리독립을 요구해온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영구 휴전을 선언했다. ETA는 서 유럽에 남아 있는 마지막 무장 테러단체다.
ETA는 22일 “24일부로 영구적인 휴전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휴전을 선언한 것은 바스크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바스크 민족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TA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바스크 민족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자체 역량을 갖게 될 것”이라며 “갈등과 폭력을 종식시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ETA는 이어 “스페인과 프랑스 정부가 우리의 입장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휴전 선언은 ETA 지도자 3명이 검은색 옷과 베이지색 마스크로 얼굴 전체를 가린 채 ETA 깃발아래에 앉아 원고를 읽는 모습을 미리 비디오로 촬영한 뒤 이를 스페인 바스크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휴전 선언은 ETA와 스페인 정부간에 대화를 하기 위한 조건이 될 수 있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한 뒤 진술의 진위여부를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ETA는 약 200만명의 바스크 민족의 독립을 추구하는 단체로 1959년 이 지역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마르크스주의 바스크 국가건설을 목표로 창설됐다.
바스크 민족은 피레네 산맥과 대서양이 만나는 휴양지에 주로 살고 있으며 바스크어를 사용한다. 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에 의해 강제 합병됐다.
ETA는 창설 후 스페인 정부 각료와 군 지도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테러와 암살 등을 자행해왔으며 75년 자치권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바스크의 완전 독립을 요구하며 테러를 계속해왔으며 현재까지 800명 이상이 희생됐다. 73년 루이스 카예로 블랑코 스페인 제독 암살, 86년 스페인 국방부 폭탄공격, 91년 바르셀로나 근교 경찰시설폭파, 97년 스페인 정치인 납치 살해 등이 대표적이다.
무차별적인 테러로 국내외 비판에 직면하자 98년 9월 휴전을 선언했지만 스페인과 평화협상이 결렬되자 다시 강경 투쟁에 나섰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ETA와 그들의 정치조직인 바타수나당을 국제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이후 테러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과격 테러 방식에 대한 한계를 느껴 소규모 테러로 전환, 휴전 선언이 예상돼왔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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