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를 신인가수로 알더라구요. 섭섭하기보다는 어린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반갑던 걸요.”
‘키 작은 하늘’과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따라부르며 10대, 20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더 없이 반가운 이름, 장혜진. 그러나 요즘 10대, 20대들에게 그는 ‘마주치지 말자’와 ‘그 남자, 그 여자’를 부른 신인가수로 ‘오인’되고 있다. 미국 버클리 음대로 훌쩍 유학을 떠난 지 5년 만에 돌아와 발표한 새 앨범 ‘4 Season Story’가 큰 인기를 얻으며 벌어진 즐거운 해프닝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어서 저도 놀라워요.” 인기듀오 바이브가 장혜진 ‘선생님’께 듀엣을 요청해 함께 부른 ‘그 남자, 그 여자’는 각종 인기가요 차트 1, 2위를 다투고 있고, 그의 새 앨범 타이틀곡 ‘마주치지 말자’는 미니홈피 배경음악, 벨소리 다운로드 순위 등을 포함해 5위권 밑으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돌아오자마자 한국에서 어떤 음악들이 인기를 얻고 있나, 음악 동태는 어떤가 살펴보면서 지금껏 만든 제 음반들을 다 들어봤어요. 제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요즘 트렌드에도 뒤지지 않는 음반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발라드지만 좀 템포 있는 곡을 만들어보자 했죠. 그게 고정팬 이상으로 팬층을 넓히는 데 들어맞은 것 같아요.”
90년대 가수들이 잇따라 돌아오는 이유를 묻자 장혜진은 “저 때문인 것 같은데요”라고 농담반 진담반의 대답을 내놓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에 있을 때 꾸준히 활동하는 이승철씨를 보면서 굉장히 힘을 얻었어요. 혼자 생각에 이번 앨범이 잘 되면 저를 보고 많은 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게 계기가 됐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저로선 그분들의 컴백이 굉장히 기쁘고 든든해요.”
그는 가장 복귀가 기다려지는 90년대 가수로 윤상, 손무현, 김현철, 015B, 이문세를 꼽았다. “저처럼 아무 생각 없으면 나오실 텐데, 참…. 주책이다 말씀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 생각도 안 하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음악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유학 가기 전 공연장에서 다신 아무도 절 불러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부르며 펑펑 울었거든요. 그러니 나이 같은 것 따질 새 없이 너무 신나서 앨범을 만들 수 있었죠.”
90년대의 감수성이나 정서라는 게 있다면 그건 어떤 걸까. “그때는 가사도 그렇고, 뭔가 생각하는 음악을 만들었던 듯해요. 혼자 들으며 즐기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음악. 하지만 요즘 음악은 함께 듣고, 듣는 그 순간 즐거운 채로 그냥 지나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때는 감성적이었다면 지금은 감각적이라고 할까.”
장혜진은 모두가 음반시장의 몰락을 말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돌아와보니 음반시장이 굉장히 침체돼 있더라고요.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앨범이나 방송, 라디오를 통하지 않고도 좋은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이 생겼잖아요. 음악 하는 사람한테는 더 많은 길이 열리게 된 거죠.”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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