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최대 규모라는 대학생 시위사태가 연일 격화하고 있는 프랑스의 모습은 고용문제가 안고 있는 사회적 폭발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사용자가 26세 미만 신규근로자에 대해 입사 후 2년 안에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최초고용계약(CPE)법의 도입이 도화선이 됐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면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였으나, 젊은이들에게는 ‘한 번 쓰고 버리는 크리넥스’ 신세로 전락하는 고용 불안으로 받아들여졌다.
CPE는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인 22.8%에 이르는 청년실업률을 낮춰 보려는 고육지책이다. 특히 이민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에서는 실업률이 40~50%나 된다. 지난해 11월 파리 폭력시위 사태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았다.
프랑스의 높은 청년실업은 일차적으로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성장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매년 8~10%의 높은 성장으로 3~4%의 실업률을 유지하는 아일랜드의 사례는 실업을 해소하는 특효약이 성장뿐임을 말해 준다.
CPE 도입은 평생고용과 사회복지를 고집스럽게 지켜온 프랑스가 실업 해소를 위해 영ㆍ미식 노동유연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철저한 고용보장 제도가 신규 고용회피로 이어져 젊은 층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비규정직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정도 프랑스와 크게 다르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청년실업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7~8% 수준이다. 정규직의 철밥통 지키기가 신규 채용을 어렵게 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프랑스 사태가 영ㆍ미식 노동유연성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시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를 계기로 노동유연성을 보장하는 제도들이 채택됐으나 실업률도 낮아지지 않았고 고용불안은 오히려 증대됐다. 실업 문제는 더욱 정교하고 종합적인 처방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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