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를 통해 러시아 명문 음대의 가짜 학위를 사들인 음대 교수, 강사, 연주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는(20일자 1면) 소식은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논문은 음악 전공자도 아닌 통역이 대필하는 통에 자기 전공분야도 아닌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데다, 가짜 박사들끼리 협회를 결성해 정기모임과 연주회까지 개최했다는 이야기는 절로 실소를 자아낸다.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교습을 했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암담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 같은 문제의 책임은 1차적으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어 온 학력위조 사건에도 불구하고 외국 학위에 대해 신뢰성 있는 검증 장치를 마련해놓지 않은 교육당국에 있다. 가짜 학위가 통용될 수 있을 만큼 허술한 시스템을 방치한 교육당국이 간접적으로 범죄자를 키운 것이다. 뒤늦게나마 가짜 학위를 가려내는 시스템을 고안 중이라는 교육당국의 해명이 이번에는 식언이 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변수현·서울 종로구 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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