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금융감독 당국이 21일 인수 후보 은행의 자격 여부를 미리 밝히는 등 사실상 교통 정리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또“인수자 선정 전에는 매각과정에 일체 관여치 않겠다”던 당국의 종전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21일 외환은행 인수 후보자중 하나인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해 “실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은 의견을 DBS측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인수자 선정 후 금감위원들이 참여하는 금감위 회의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실무 차원에서 미리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사전 개입이란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금융관례에도 어긋나는데다 민간기업의 매각 과정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DBS측은 “실무진에서 나온 것으로 금감위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계속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한편, “감독 당국의 입장이 벌써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박 국장은 또 다른 인수 후보자인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시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당장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의 김병배 시장감시본부장은 “금감위가 은행 독점 문제를 거론한 것은 월권으로 부적절하다”고 발끈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민감한 시기에 금감위가 국민은행을 밀어준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위가 이 같이 무리하게 입장 표명을 하고 나선 배경도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외환은행 매각을 서두르는 론스타에게 사전에 인수 적격자를 알려주는 격이어서 론스타의 매각 절차를 도와주는 결과도 되기 때문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외환은행 매각이 시간을 끌면 답답한 쪽은 론스타 뿐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이기도 하다”며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건에 대한 감사원과 검찰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조기에 외환은행 매각을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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