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가 2001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모비스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5~06 KCC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크리스 윌리엄스의 트리플더블급(29점 15리바운드 9어시스트) 활약과 이병석(15점 3점슛5개)의 고감도 3점포를 앞세워 인천 전자랜드를 98-76으로 제압, 2위 서울 삼성과의 승차를 3게임차로 벌리며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이고, 전신인 부산 기아 시절까지 포함하면 프로 원년 97시즌 우승 이후 무려 9시즌 만이다.
또 홈 11연승으로 프로농구 단일시즌 홈 최다연승 기록도 갈아치우는 겹경사를 누렸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으로선 자신의 첫 정규리그 우승의 제물로 프로 원년부터 2002~03시즌까지 7시즌 동안 몸담았던 ‘친정’ 전자랜드를 삼는 얄궂은 인연이 됐다.
시즌 전만 해도 지난 시즌 7위팀 모비스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1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왔을 때도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의 개인기와 수비 농구가 전부라는 평가 속에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모비스는 특출한 스타 없이도 3연패가 최다 연패일 만큼 큰 슬럼프 없이 우승을 일궈내는 파란을 연출했다.
역설적이게도 올 시즌 모비스 우승은 스타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창수, 구병두, 이병석, 성준모, 김효범, 김동우 등 수준급 식스맨들이 즐비해 선수 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린 유재학 감독의 적절한 선수 교체와 다양한 작전이 돋보였다. 특히 고참 이창수와 우지원은 출전 시간이 줄어들어 불만을 가질 법도 했지만 연습 때도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묵묵히 후배들을 이끌었다.
시즌 전 강도 높은 체력훈련도 큰 힘이 됐다. 모비스 선수 전원은 한명의 낙오자 없이 서울 신사동과 경기도 분당의 피트니스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이렇게 길러진 체력은 모비스를 찰거머리팀으로 변모 시켰다.
특히 호주와 독일 등에서 우승을 해본 크리스 윌리엄스의 가세는 화룡점정이었다. 트리플 더블을 6번이나 기록하는 등 전천후 활약으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선수들을 보완하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날 경기는 예상외로 전자랜드의 분전이 돋보였다. 전반에만 19점 3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을 기록한 테픈 해밀턴의 깜짝 활약 속에 전자랜드는 단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전반까지 41-40으로 앞섰다.
하지만 3쿼터 시작하자마자 윌리엄스의 연속 4득점으로 첫 역전에 성공한 모비스는 이병석의 3점포 3방으로 순식간에 점수를 57-44로 달아났고, 승부는 그걸로 끝이 났다.
울산=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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