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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물의 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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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물의 천국에서

입력
2006.03.2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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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곳을 딱 두 번 가보고 홀딱 반했다. 값비싼 고급 스파도 아니었는데, 행운의 여신 덕분에 내가 간 곳이 유독 시설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요금은 수영장 입장료까지 1만원인가 그렇다. 그 값에 재워주고 입혀도 준다.

신선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넓기도 넓은 실내에서, 흰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어슬렁거렸다. 목욕탕도 로마 귀족 부럽지 않게 차려 놓았다. 여기저기 배치된 갖은 모양, 갖가지 크기의 욕조는 저마다 수온이 달랐고, 혹은 바닥에서 혹은 벽에서 안마하는 물들이 끝없이 샘솟았다.

스물네 시간! 나는 친구와 수영도 하고 탕욕도 하고 사우나도 하다가 몸이 곤해지면 잠자는 방에 가서 데굴데굴 누워, 수다를 떨다가 잤다. 새벽에 일어나 책도 보고 다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매점에서 김밥도 사먹고 또 한숨 자고 일어나 수영을 했다. 그 한가로움과 평화로움. 보들레르를 초대하고 싶은 곳이다.

어디 멀리 떠나지 않고도 잠적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 언젠가 책 한 보따리와 수영복을 싸들고 가 몇 날이고 지내다 오리라. 모든 사람들이 수증기처럼 순한 눈빛으로 풀어져 있는 곳.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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