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마운드에서 오 사다하루 감독을 헹가래치고 대형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했지만 결코 떳떳할 수 없었다.
예선과 본선에서 3패를 당하고도 결승까지 진출한 일본이 결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아마 최강’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선발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라이온즈)의 호투와 10안타를 몰아치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10-6으로 승리했다.
일본은 지난 2004년 8월 아테네 올림픽대회에서도 쿠바를 6-3으로 꺾은 바 있다.
그러나 국제대회 전적에서는 여전히 쿠바에 5승33패의 절대 열세를 기록 중이다. 반면 이승엽(요미우리)은 홈런 5개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지난 19일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이치로를 3번에 배치하는 등 타순 조정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은 한국전에 기용했던 중심 타선을 밀어 붙였다.
오 감독의 용병술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일본은 1회 1사후 2번 니시오카가 유격수 내야 안타로 출루한 후 중심 타선이 사사구 2개와 안타를 합작, 4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우완 선발 마쓰자카는 4이닝 동안 쿠바 강타선을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 대회 최다승(3승)을 거두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쿠바전에서 선발 8과3분의1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자책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던 마쓰자카는 이날도 최고 154㎞의 강속구와 절묘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오 사다하루 감독의 용병술은 일본의 9회 초 공격에서 다시 한번 적중했다. 쿠바의 막판 추격으로 7-5까지 쫓긴 상황. 1사 만루에서 오 감독은 우타자 다무라를 빼고 경기 내내 아껴뒀던 ‘후쿠도메 카드’를 뽑아 들었다.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7회 대타로 나와 투런 홈런을 기록한 왼손 후쿠도메는 또 다시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쐐기를 박았다.
쿠바는 비록 마운드의 초반 부진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경기 막판까지 끈끈한 집중력을 보이며 아마 최강국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샌디에이고=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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