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도입 방침을 적극 수용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피의자를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은 일체 제출하지 않는 ‘증거 분리제출 제도’를 전국 검찰에서 전면 시행키로 했다.
법원도 내달 1일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와 형사 1단독 등 전국 5개 지방법원, 6개 재판부에서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이뤄지면 지금까지 검찰 조서와 증거, 변호인의 서면 변론 등을 중심으로 진행해온 형사재판이 법정에서 검찰과 피고인 간의 실질적인 공방을 통해 진실을 가리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사의 질문에 피고인이 ‘예’‘아니오’식으로 짧게 답하도록 강요받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판사가 미리 검찰 조서나 증거를 살펴봄으로써 피고인에 대해 유죄 심증을 갖는 것을 막자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다.
검찰의 증거 분리제출 역시 이 같은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일부 검찰청에서 증거 분리제출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해왔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필요한 증거나 서류는 그때그때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다.
검찰은 그 동안 업무량 폭증과 피고인의 유죄 입증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공판중심주의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일선 법원에 구두변론 강화를 적극 주문하면서 변화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검찰 모두 업무량이 크게 늘고 재판시간이 길어지는 등 현실적 문제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판부 검사들은 “10분 걸리던 재판이 1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검찰청 조근호 공판송무부장은 “장기적으로 공판부 인력을 확충하고 수사검사의 공판 참여 비율을 늘려 현재 공판검사 1명이 1.7개 재판부를 담당하는 비율을 공판검사 1명이 1개 재판부를 담당하는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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