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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신용생활자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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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신용생활자의 수기

입력
200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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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자동인출기를 보면 ‘현금서비스’라고 써 있는 부분이 있다. 신용카드로 현금을 빌려 쓸 때 거길 누른다. 그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다 있어서 참 부러웠다.

친구의 친구인데 어느 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더라는 것이다. “왜 내 돈 내가 찾아 쓰는데 이자를 물어야 하지?” 사연인즉 자기의 은행잔고에서 돈을 뺄 때마다 ‘현금서비스’를 누른 것이다. 현금서비스를 받을 처지에 한 번도 놓인 일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내게는 두 개의 신용카드가 있다. 결제일이 하나는 매달 초순이고 하나는 하순이다. 결제일마다 아슬아슬 저글링을 하면서 산다.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저 카드로 이 카드 막고.

이 악순환을 이어가게 하는 원흉 중 하나가 현금서비스의 높은 이자율이다. 게다가 그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서비스를 받는데 왜 수수료까지 그렇게 많이 떼는 건지. 물어낼 돈이 많아질수록 허덕이느라 신용카드에 더 의존하게 되겠기에? 앙심을 품다가도, 내가 매달 카드회사에 물 이자 정도만 벌어도 대충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사는 게 누구 덕분인가,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우신 신용카드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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