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원 안모(서울 송파구 석촌동ㆍ36)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안 씨가 청약저축에 가입한 것은 1996년3월.
무려 10년동안 매월 10만원씩 납입, 현재 총 불입액이 1,200만원에 달하지만 한국주택공사에 문의해본 결과, 당첨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청약예금으로 전환한 뒤 민간 분양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당첨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건교부가 판교 신도시 분양 일정을 발표한 뒤 청약저축 2,000만원 미만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청약저축 가입자는 금액별로 성남시 거주자의 경우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수도권 거주자는 내달 4~13일 접수하면 된다.
그러나 청약저축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1순위자만 해도 공급 물량인 5,760가구의 100배에 가까운 51만여명(2월말 기준)에 달하는데다가 같은 1순위라 해도 불입액이 많은 순서대로 당첨되는 만큼 불입액이 적은 가입자는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 모집 가구수의 1.5배를 넘으면 청약을 마감하는 만큼 청약이 실제로는 접수 첫날, 즉 성남시 거주자의 경우 29일, 수도권 거주자는 내달 4일 모두 마감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청약일정대로라면 29일 처음으로 청약 접수를 할 수 있는 성남시 거주자는 5년 무주택 세대주로 분양(주공)의 경우 불입액 1,200만원 이상, 임대(주공, 민간)는 700만원 이상이어야만 한다.
4일부터 시작되는 수도권 거주자 청약은 분양의 경우 불입액 1,900만원 이상, 임대는 1,200만원 이상이다. 업계에선 불입액이 이보다 적을 경우 당첨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금액이 사실상 판교 입성의 턱걸이 금액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청약저축 가입자는 이미 청약예금으로 갈아타고 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인 24일전까지만 청약예금으로 갈아타면 민간 분양 아파트의 청약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 분양 아파트도 경쟁률이 치열하긴 마찬가지지만 40세 이상 10년 무주택의 경우 최우선순위에 해당하는데다 추첨 기회도 여러 번 주어져 상대적인 당첨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청약저축에서 청약예금으로 전환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청약저축 가입자에 대한 혜택이 큰 데다 한번 청약예금으로 전환하면 2년이 지나야 청약저축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판교가 아니라도 송파 신도시를 비롯, 주공에서 분양 및 임대하는 다른 아파트에 더 나은 순위로 도전할 수도 있다.
한편 청약 일정 등이 발표된 뒤 주공 상담실을 확대, 개편한 판교 신도시 민원 콜센터(1577-8982)에는 하루 3,000통 이상의 상담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전화를 걸어도 수화기를 든 채 10분 이상 기다려야 상담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이다. 국민은행 콜센터(1577-9999)도 시간이 갈수록 상담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주공 관계자는 “청약 자격에 대한 문의와 청약 경쟁률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일부 청약 희망자의 경우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년도 안돼 사실상 자격이 안 되는데도 왜 당첨 기회를 박탈하느냐며 항의를 해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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