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모(35)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 이승(39)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살해 동기나 사건 정황에 대한 사실 규명은 소홀히 한 채 ‘청와대 직원’이라는 피의자의 신분에 얽매여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대문경찰서는 20일 “이씨가 부부싸움 중 아내의 언행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장소가 대로변으로 공개된 장소였고, 범행 후 승용차를 방치했으며 엘리베이터 안 감시카메라에 스스로 노출됐다는 점 등을 미뤄 (이씨의) 우발적 범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의 살해동기를 밝혀 줄 것으로 기대되는 중요한 사실들을 규명하지 못했다.
첫째는 17일 오전 청와대로 출근한 이씨가 왜 부인의 직장(열린우리당)에 전화를 걸어 부인의 출근 여부를 확인했느냐는 것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이씨의 진술에 의존해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의도보다는 부인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같다”고 추정했다.
둘째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부싸움의 동기를 제공했다는 여성이다. 경찰은 “이씨가 진술을 거부해 문제의 여성이 누군지 조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 휴대폰에 기록된 통화내역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한 사실을 어물쩡 넘어갔다면 이는 ‘졸속 수사’인 셈이다.
셋째로 이씨가 사건 직후 버린 구두에 얽힌 사연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 근처에서 이씨의 구두를 찾아냈으나, 이 구두가 이씨의 진술대로 부인의 선물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살인으로 비화된 부부싸움의 또 다른 원인인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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