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휴대폰에 중독된 M세대의 시간 전략은 ‘멀티태스킹’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친구와 휴대폰 통화도 거뜬히 해낸다.
미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27일자)는 ‘멀티태스킹’에 중독된 미국 M세대의 등장으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 대화가 단절되고 산만해지는 대학 강의실의 모습을 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산층 가정의 14세 쌍둥이 남매 피어스와 브론테 콕스. 저녁 9시30분이면 피어스는 자기 방에서, 브론테는 거실에서 각각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다.
3 시간째 노트북만 붙잡고 있는 피어스는 아이튠으로 록그룹 ‘퀸’과 ‘AC/DC’의 음악을 들으며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에 접속하고 메신저를 켜둔 상태다. 이메일 답장을 보내는 틈틈이 영어 숙제도 하고 있다. 브론테는 휴대폰으로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메신저를 하고 있다.
둘은 친구와 있을 때도 ‘멀티태스킹’을 한다.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있다. 아버지 스티븐(49)씨는 “우리 가족들은 한 집에 같이 있어도 각각 자신만의 작은 우주에 살고 있다”고 불평이다.
미국 카이저패밀리재단이 지난해 8~18세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하루 24시간 중 8시간 33분을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쓰는 등 미디어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이 중 2시간 여를 컴퓨터를 사용하며 동시에 음악을 듣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세대의 일상에서 ‘멀티태스킹’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지만, 가정과 학교에서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엘리노어 옥스 UCLA 가족일상생활센터 소장은 “부모가 퇴근해서 돌아와도 자녀들은 인터넷 등에 빠져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멀티태스킹을 가능케 하는 도구들이 가족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강의실에 무선인터넷 환경을 갖추는 등 모바일 캠퍼스 구축에 열성이던 대학들도 후회가 막심하다. 강의 도중 버젓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버릇없는 학생들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급기야 UCLA와 버지니아대 경영대학원을 비롯, 수많은 학교들이 강의 시간 중에는 학생들의 인터넷 접속을 금지했다.
멀티태스킹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한꺼번에 여러 일에 하는 데는 두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하다 보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뇌가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일의 순서를 바꿔가면서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데이비드 메이어 미시건대 뇌ㆍ인지ㆍ행동연구소장은 “수학문제를 풀면서 인터넷채팅도 하려 하면, 실수가 늘거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에 능한 M세대들에게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쇄매체보다 영상매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M세대는 시각 자료와 이미지를 분석하는 능력이 기성세대보다 탁월하고 흩어져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다루는 데 능숙하다.
때문에 교수들은 M세대 제자들에 맞춰 영화를 강의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잡한 토픽을 이해하거나 논리적으로 추론하는데 취약하기 때문에 학문적 성취도는 장담하기 어렵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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