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최근 불거진 ‘황제 테니스’ 논란에 대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알았든 몰랐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요지는 누군가가 주말과 일요일 시간을 몽땅 자신을 위해 예약해 놓았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동호회 쪽에서 아무 때나 나와 치라고 해서 선의의 초청으로 알고 갔다, 나중에 테니스장 이용료 문제가 있다고 해 작년 12월 자신에게 해당하는 3년치 요금 600만원은 냈다, 함께 테니스를 친 사람들로부터 일체의 로비를 받은 적도 들어 준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이용 시간 예약 및 요금 문제와 관련해 남산 테니스장 운영기관인 한국체육진흥회와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이라는 인사를 비롯해 관련자들의 해명이 시시각각 달라져 왔기 때문에‘그냥 오라고 해서 가서 쳤다’는 식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시장이 누구인가? 건설업계에 오래 종사했고 국회의원 시절(1992~98)에도 경제과학ㆍ행정ㆍ재정위원을 지낸 만큼 로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 것 아닌가.
게다가 대권까지 노리는 사람으로서 서울시장 주변에 모여드는 사람들이라면 순수하지 않을 소지가 있고 자칫 잘못 어울렸다가는 본의 아니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 대단히 소홀한 점이 있었던 것이며 사려 깊지 못했다”고 하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린다.
열린우리당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했고, 참여연대는 이 시장이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국가청렴위원회에 사실 확인과 후속조치를 촉구한 만큼 해명의 진위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골프 문제로 물러난 이해찬 전총리의 경우에서 보듯 사소한 거짓말이 문제를 키우고 확산시키는 경우는 많다. 이 시장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문제가 있으면 처음부터 정직하게 전모를 다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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