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비스 분야가 개방 ‘빅뱅’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10대 서비스 분야 개방 의사를 천명하고, 2월 16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위원회에서 10대 분야별 개방 쟁점들을 점검한 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과 연계해 개방폭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서비스 산업 개방은 한ㆍ미 FTA 협상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에서 완성품이 들어오는 제조업이나 농업과 달리, 서비스 개방은 국내에서 상품이 재가공되기 때문에 국내인력 고용효과가 높다”며 “2030년대 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충격요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득실 예측이 어렵고, 관련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개방시기와 폭을 두고 한바탕 몸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국내 지점 없는 외국 은행과도 인터넷뱅킹 가능해질까
금융 부분의 쟁점은 ‘국경간 거래’의 허용여부다. 지금은 한국에 지점이 없는 외국 은행과 일반인이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거래할 수 없다. 업무 특성을 감안해 항공ㆍ선박 보험 정도만 국경간 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거래’를 허용하게 되면, 고객들이 국내 은행을 이용하듯 인터넷으로 외국 은행의 본점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주식을 곧바로 그 나라의 증권사를 이용해 사고 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국내에 있는 증권사나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지점 등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경간 거래를 허용할 경우, 외국 금융사가 직접 국내에 진출할 필요성이 감소돼 신규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서비스 분야 개방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 KT, SKT 등 통신업체의 외국인 지분제한은…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율을 49%로 제한한 규제를 풀 것인가 여부가 통신 분야 개방의 쟁점이다. SK텔레콤은 이 제한 때문에 외국인지분이 48.99% 가량으로 묶여 있다. 통신 분야를 과연 국가 기간산업으로 볼 것 인지부터 접근해야 할 문제다.
외국 통신회사가 직접 한국에 진출하도록 유도해 서비스 경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지분제한이 풀리면 KT&G 사태처럼 국내 우량통신 업체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KOBACO의 방송광고 독점도 표적
국내 방송광고시장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25년간 독점해왔다. 기업들이 지상파 방송 등에 광고를 하려면 반드시 KOBACO를 거쳐야 한다. KOBACO의 독점을 풀고 국내외에 방송광고 판매업 시장을 개방할 것인지 여부도 10대 서비스 분야 개방의 주요 쟁점이다.
◆ 외국계 학교ㆍ병원ㆍ법률회사 제한없이 설립될 수도
영리를 추구하는 외국 교육ㆍ의료 법인은 현재 경제자유구역과 특별법이 도입된 제주도에만 진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제한을 풀 경우, 교육열이 높은 국내 교육시장을 감안할 때 외국 학교들의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귀족학교’ 등 교육 평등권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반면 외국 병원의 국내진출은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인력창출 등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외국 법률회사와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의 국내진출도 같은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방이 추진되는 분야다. 현재는 국내 법무법인이 외국인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국내 회계법인 등이 유명 외국 회계법인의 회원사로 등록해 상표를 빌려 쓰는 수준의 간접적인 개방만 허용돼 있다.
◆ 국내 언론사들, 외국 뉴스제공업체와 직거래 길 트일 듯
정부는 국내 언론사들과 외국 뉴스통신사간의 직거래(직배)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신문사 등은 AP, 로이터 등 외국 뉴스통신사와 직접 기사나 사진 게재 계약을 할 수 없고 국내 뉴스통신사를 통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쟁점들을 중심으로 10대 서비스 분야에 대한 막바지 점검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10대 서비스 개방 방안 중 스크린쿼터 축소는 이미 발표한 바와 같다”며 “스크린쿼터 축소발표를 한ㆍ미 FTA 개시를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했듯이, 다른 9개 분야의 개방정도도 FTA 협상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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