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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국내 변호사 탄생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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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국내 변호사 탄생 100주년

입력
2006.03.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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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 보루-부패 권력 '영욕의 한세기'

올 7월이면 국내 최초의 변호사가 등록한 지 꼭 100년이 된다. 변호사는 과거에도 세인의 부러움을 받는 직종이었다. 전문 식견을 이용해 부(富)와 명예를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권력으로 통했다. 독재정권 시절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는 대가로 권력을 지탱해 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정권에 대항하는 또 다른 권력이 되기도 했다. 변호사 100년의 역사는 한국 현대사와 부침(浮沈)을 함께 한 영욕의 기록이었다.

국내 ‘1호 변호사’는 홍재기(洪在祺)다. 일본, 미국에서 공부한 홍재기는 1905년 11월 변호사법이 공포되자 판사, 검사를 거쳐 이듬해 7월 2일 첫 변호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초 소송대리인은 이보다 약간 앞선다. 사립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치던 장도(張燾)가 그 주인공이다. 장도는 내국인 실업가가 일본 상인에게서 당시 돈 6,200원의 채권을 받지 못하자 소송대리인을 자청해 이자(186원)까지 받아 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에 가담한 변호사들도 있다. 허헌 변호사는 3ㆍ1 운동 지도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했고 신간회 간부로 활동하다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4년간 옥고를 치렀다. 안병찬 변호사는 안중근 의사 변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승만 정권 시절엔 다른 분야 만큼이나 변호사들의 부패도 심했다. 사례금, 공탁금을 가로채는가 하면 법조 브로커가 횡행해 이들을 통해 사건을 수임했다가 징계를 받은 경우가 잦았다. 당시 벌금은 5,000~1만 원 정도.

해방 이후 권력의 편에 섰던 판ㆍ검사들은 변호사로 개업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국 변호사 수가 1,000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해다툼이 늘어 소송 건수도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정ㆍ관계로 진출해 권력을 누렸다.

반면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웠던 변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계엄 해제와 구속자 석방을 건의했다가 구속된 이병린 변호사는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꼽힌다.

또 강신옥 변호사는 74년 군법회의에서 민청학련 사건을 변론했다가 발언내용이 문제가 돼 기소됐으며 한승헌 변호사는 저서 ‘위장시대의 증언’ 내용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75년 4월 구속됐다.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시국ㆍ공안 사건으로 인권 수요가 증대하자 이들의 활동도 조직화됐다. 지금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모태가 된 정의실천법조인회(정법회)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다.

이돈명 조준희 조영래 박원순 변호사 등은 86년 5월 정법회를 결성해 구로 동맹파업사건, 김근태씨 고문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등을 맡으면서 87년 6월 항쟁에 일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88년 5월 민변 창립으로 이어진다.

최근엔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권력의 중심부까지 접근하면서 다른 변호사들로부터 견제를 받는 등 변호사계에도 많은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 변호사 '1만명 시대' 눈앞, 법률서비스 향상은 '글쎄'

2000년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가 열린 후 한 해 700~800명씩 새로운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변호사 수는 현재 서울에서만 5,600명을 넘어섰고 전국에 8,200여명에 이른다. 10년 전(1996년 3,078명)과 비교하더라도 2.5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법조인 증가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정부의 사법개혁정책이 강력히 추진된 결과다. 그렇다면 현실은 과연 어떤가.

변호사 수가 늘면서 특화된 변호사가 생겨나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법연수원생 가운데 일부만 판ㆍ검사로 임용이 됨에 따라 연수원 수료 후 정부기관, 일반기업 등으로 진출해 자신의 전문영역을 키울 기회가 늘었다.

수요자의 입장에선 과거보다 법률 전문가를 싼 값에 활용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시민단체 소속으로 무료 법률상담 등 공익적 활동을 하는 변호사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인 일반인들에게 변호사는 여전히 높은 문턱을 넘어야 접근할 수 있는 존재다. 사건 수임료도 아무리 간단한 사건이라도 착수금만 300만~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선임비율이 1심 재판에서 77% 수준인데 비해 일본은 98.5%, 미국은 99.7%나 된다. 변호사 수는 늘었지만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고인이 그 만큼 많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변호사 업계는 변호사의 증가가 법률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변호사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공보이사는 “법률수요 공급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인원만 늘린 것은 분명한 문제다. 정부가 조속히 법률수요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법조인들끼리의 온정주의 때문에 질 낮은 변호사들이 시장에 남아 활동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법조계 내부 자정 활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돈이 없어 법률서비스를 못 받는 것은 매우 억울한 일이다.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 토종로펌 "개방파고 넘어라"

변호사 배출 100주년을 맞은 한국 변호사 업계도 개방의 파고(波高)에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당장 내년 초 외국 법률회사(로펌)의 국내 분사무소 설립 등을 허용하는 1단계 개방이 예정돼 있다. 외국 변호사가 국내에 들어와 국제법과 자국법 자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등 선진국의 법률시장 개방 압력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궁극적 요구는 국내 로펌과의 동업 및 국내 변호사 고용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개방 압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됨에 따라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변호사업계에서는 선진국이 원하는 수준의 전면 개방을 허용할 경우 국내 로펌이 종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황보영 대한변협 국제이사는 “우리보다 먼저 법률시장 빗장을 푼 일본 독일 등에서 대부분의 토종 로펌들이 외국계 로펌에 의해 초토화된 적이 있다”며 “전면 개방은 법률시장의 종속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 업계가 개방을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개방이 ‘우물 안 개구리’식 성장에 안주했던 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개방화 추세에 맞춰 태평양 광장 세종 등 몇몇 로펌이 중국에 진출했으며, 베트남 러시아 호주 등으로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업계도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대한변협이 최근 영국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6개월 실무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했고, 미국 변호사협회(ABA)와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협의 중이다. 사법연수원도 사상 최초로 올해부터 영어 강좌를 개설했다.

최근 심심찮게 들려오는 로펌들의 합병 소식도 법률시장 개방에 맞서 대형화, 전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올 초엔 법무법인 화우와 김신유가 합병을 발표해 국내 변호사 100명 이상인 대형 로펌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김&장, 광장, 태평양, 세종 등이 국내 변호사 100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과 달리 고도의 지식 서비스 분야인 법률 서비스는 영어 실력만 늘린다고, 덩치만 키운다고 단시간에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황보영 이사는 “개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면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 로펌의 노하우를 배워가는 수밖에 없다. 완전 개방까지는 적어도 7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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