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적발된 러시아 가짜 박사학위 사건은 국내에 외국 박사학위 감별 시스템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매년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내국인은 1,6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학위의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고등교육법에는 외국 박사학위를 받은 자에 대한 신고 조항이 있다.
하지만 한국학술진흥재단에 귀국 후 6개월 내에 연락처, 소속, 박사학위 수여내용, 논문초록 등을 온라인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을 뿐 강제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가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신고를 하지 않아도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신고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술진흥재단이 내주는 신고 접수증에는 ‘이것이 박사학위 확인증은 아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며 “이름 있는 외국 대학의 학위는 그나마 어느 정도 진위가 판명될 수 있지만 러시아 같은 비영어권 국가의 사설학원 등에서 발급하는 가짜 학위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술한 외국 학위 감별 시스템에 대해 2003년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는 교육당국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 개선안은 국가별 대학 학위의 구체적인 정보 및 자료의 수집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내 대학 등이 학위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할 경우 학술진흥재단 내에 해당 학문 전문가로 심의위원회를 구성, 신고된 학위를 심의해 통보해 주도록 했다.
이 개선안이 도입되려면 법령 개정이 필요하나 지금까지 후속조치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술진흥재단 내에 가짜학위 등을 가려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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