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는 전임자인 고건, 이해찬 전 총리의 긍정적 측면을 믹스한 인사가 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중에 지명할 새 총리의 요건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19일 전한 총리 인선의 기류다. 세 가지 요건은 비정치인, 코드, 정책전문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비정치인 기용 의사는 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의 17일 만찬에서 드러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밝혀 열린우리당 인사의 배제를 분명히 했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개입 논란을 피하면서 국회 임명동의를 용이하게 얻어내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여당 인사를 기용할 경우 야 4당이 연대해 총리 인준을 거부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아울러 이해찬 전 총리가 독선과 오만으로 야당과의 갈등, 민심 이반을 초래해 낙마했기 때문에 새 총리는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렇다고 무색무취한 총리를 선택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노 대통령은 코드를 중시하며 새 총리에도 이 요건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느냐는 기본적인 요건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원내대표들과의 만찬에서 “정부 내에서 이견이 노출되면 부담이 있다. 중립을 지킬 테니 코드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세 번째 요건은 양극화 해소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임기 후반기 2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양극화 해소와 한미FTA를 잘 매듭짓기 위해서는 우선 개혁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참여정부 정책 전반을 깊이 이해하면서 꼼꼼히 일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요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 총리가 될 경우 책임총리제와 분권형 국정운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요건에 따르면 새 총리 후보로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유력하다고 볼 수 있다. 전윤철 감사원장도 만만치 않게 거명되고 있다. 교수 출신인 김 실장은 2002년 대선 전부터 노무현 후보의 정책자문단장을 맡아왔기 때문에 코드가 일치할 뿐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국정 과제를 총괄해왔다.
전 원장은 대통령비서실장, 경제부총리, 기획예산처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지내 정책과 권력 전반에 이해가 깊다. 다만 김 실장의 고향이 경북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이, 전 감사원장은 코드면에서 다소의 불일치점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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