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증시가 기업 인수ㆍ합병(M&A) 열풍으로 달아 오르고 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17일 M&A에 기대감으로 5년 만에 처음 장중 6000 장벽을 돌파했다가 5999.4로 마감했다. 현재 진행 중인 M&A 움직임과 예상 보다 커진 기업 수입 등이 FTSE 100지수의 반등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다우지수와 S&P지수도 같은 날 최근 5년간의 최고 지수를 갈아치웠다. 미국 주요 500개 상장사로 구성된 S&P지수는 1307.25로 마감, 2001년 5개월 이래 4년 10개월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300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데다 잇따른 M&A 뉴스가 겹쳤기 때문이다.
콜버그, 크라비스&로버츠(KKR)가 주도하는 투자컨소시엄이 세계 최대 자동차제조업체인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를 130억 달러(12조7,400억 원)에 인수 제안했다는 뉴스가 이날 나왔다. 얼마 전에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가 미국 3위 통신업체인 벨사우스를 670억 달러(65조6,6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분기당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최근 5년래 최고 주가를 기록한 것도 국제적으로 M&A시장이 커진 덕분이다.
유럽 증시도 같은 분위기다. 보험주인 프루덴셜과 로열 앤드 선 얼라이언스는 M&A 소식으로 4% 이상 올랐고, 리걸 앤드 제너럴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으로 8% 이상 뛰었다.
보다폰도 보다폰 재팬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인 89억 파운드에 소프트뱅크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2% 이상 상승했다. 주식거래 웹사이트인 ADVEN는 “이라크전과 조류독감의 위협 등으로 세계경제 악화 우려 속에서도 FTSE100지수가 1990년대 주식시장 붐에 견줄 만큼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동 증시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국 항만인수 무산에 대한 실망으로 급락하고 있다. 17일 두바이 주가는 12%나 폭락했고, 사우디아라비아(4.74%) 아부다비(4.44%) 쿠웨이트(3.67%) 등도 동반 하락했다. 도이치방크의 신흥시장 전문가인 킹스밀 본드는 “유가 상승과 기업 실적 호조로 중동 증시가 최근 몇 달간 급상승했지만 지금은 거품상태”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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