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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상들이 준 선물 '전통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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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상들이 준 선물 '전통공예'

입력
200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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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농수산물로 인해 농어촌의 경제적 타격이 크다. 전통 공예인으로서 공예 분야의 원ㆍ부자재가 농촌에 산재해 있는 것을 눈여겨 보아 왔다. 지금부터라도 이를 체계적ㆍ과학적으로 사업화하면 충분이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촌 소득증대 사업은 거창한 규모도 중요하지만, 농어민 스스로 소규모 방향으로 가는 것이 실속이 있고 성공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공예 분야에서 사용되는 원ㆍ부자재 재배에 눈을 돌렸으면 한다. 쪽 치자 자초 감 홍화 닥나무 목화 등 각종 약초와 황토, 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천연염색 재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인들은 대부분 재료를 스스로 구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구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으므로 이 점을 활용해야만 한다. 현재 공예 관련 대학 졸업생이 3만여명이나 된다. 황토의 경우는 질 좋은 황토를 구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옻나무 닥나무 엄나무 피나무 등은 우리 산야에서 잘 자라는데, 모두 공예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목재다. 옻나무는 칠기, 닥나무는 한지, 엄나무ㆍ피나무는 소반이나 소형기물에 사용된다.

엄나무는 나쁜 냄새 제거에도 사용된다. 옻나무는 순과 열매를 활용한 옻차, 옻된장, 고추장, 간장 등 식품에서부터 옻술에 이르기까지 사용처가 매우 다양하다. 공예재료용은 물론 강장제, 약재, 무공해의 웰빙용 필수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옻나무를 심고 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나무의 특성과 효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 어디나 집안의 반다지, 장롱, 서랍장 등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한복이다. 혼수 한복은 곱기도 하고 귀한 것들인데 한두 번 입고 놔두기 일쑤다. 버리자니 아깝고 입자니 좀 촌스럽고. 이것을 모조리 들어내 예쁜 골무나 아름다운 조각보, 인형, 주머니 등을 만들어 명소에 내놓으면 관광상품으로 대접받을 것이다.

전통 섬유인 삼베 모시 명주 무명을 취급하는 마을에선 이를 의복이나 상복으로만 제작할 것이 아니라 공기가 잘 통하는 모자, 핸드백 등을 만들어 공급하면 복식에서 얻는 수익보다 많은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전통 놀이기구 제작은 노인들도 할 수 있다. 팽이 자치기 제기 연 윷 받침대 등을 세트로 공급하면 소모될 수 있다.

웰빙시대를 맞아 무공해 청정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50~100㎙ 지하에서 캐낸 황토에 옻칠을 섞은 옻칠 황토방’이라든가, ‘새 아파트 증후군 방지용 한지 옻칠기 천연염색용품’, ‘쇠못을 이용해 철분을 섭취할 수 있는 사과’ 등으로 특화시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농어민이 전통공예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 관계기관 역시 의지와 책임감을 갖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감나무에서 감도 따고 염색재료도 구하도록 지도하고 지원할 때, 전통공예인과 위기에 놓인 농어촌이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본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이 나라 발전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선진국에서는 느는 곳이 관광명소요,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 오랜 문화유산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는 이 좋은 본보기를 잘 분석하고 배워야 한다. 전통공예 문화에는 모두에게 유익한 소재가 가득 담겨 있다. 조상이 물려준 보물들을 잘 활용하는 지혜를 갖자.

이칠용ㆍ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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