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하려 뛰어내려 부상 "과잉방어 아니다"

성폭행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남자의 차에 탔다가 이 남자가 성폭행을 하려 하자 차에서 뛰어내린 여성의 행동은 과잉방어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B(24ㆍ여)씨는 2002년 5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 계단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당시 “살려달라”고 외치는 B씨를 발견한 이모씨는 남자를 쫓아낸 뒤 B씨를 경찰서에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승합차에 태웠다.

그러나 이씨는 다른 곳으로 차를 몰았다. 수상히 여긴 B씨가 “차를 세워달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공포감에 떨던 B씨는 결국 구파발 인근에서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 두개골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원심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B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보험사는 이에 대해“주행 중인 차에서 뛰어내릴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감안해 다른 대응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22민사부(한위수 부장판사)는 17일 “당시 절박한 상황과 극도로 불안한 원고의 심리상태, 나이 등을 고려할 때 피고측 주장처럼 과잉조치라고 할 수 없다”며 “보험사는 B씨에게 8,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