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정동영 당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각각 추진해온 이 달 말 개성공단 방문계획을 내달로 미뤄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한다.
북측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25~31일 열리는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28일부터 평양서 열기로 했던 제18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내달로 미루자고 통지해온 것도 RSOI 때문이었다.
북한 위조지폐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으로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등 한반도 기류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때에 남북간 대화와 접촉까지 차질을 빚는 것은 유감이다. 이 장관이나 정 의장의 개성공단 방문 연기를 남북장관급회담 연기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남북간 신뢰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외부적 상황이 어려울수록 흔들림 없이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처럼 북한이 연례적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합의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 진전이나 한반도 긴장 관리를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북측의 민감한 반응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RSOI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으로 매번 북한에 일정이 통보되고 있으며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없다는 점이 누누이 강조돼 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매년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번 말고도 한미군사훈련을 이유로 중요한 남북회담을 수 차례나 연기했는데 몇 년째 되풀이되는 이런 사태는 북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안이한 접근에도 문제가 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열린 17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2006년에 없애야 할 3대 장벽 중 군사적 장벽으로 한미군사훈련을 제기했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RSOI 훈련기간에 겹쳐 남북 일정을 잡는 일은 피하는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북측의 변화를 주문하기에 앞서 정부도 보다 치밀하게 남북관계를 이끌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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