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파란 도깨비’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우승까지 넘보자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펼쳐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 국민이 함께 하는 응원의 힘으로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한번 만들어내자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길거리 응원의 중심에는 붉은 악마가 아니라 파란 도깨비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파란 도깨비는 야구 마니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서포터스. 한국사회인야구협회 정동우(38) 사무국장이 지난해 11월 야구 대표팀을 응원할 서포터스를 만들자는 뜻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할 때 처음 등장했다.
정씨 등은 “대표팀 유니폼 색깔이 주로 파란색이라는 점과 야구에 미쳐 시도 때도 없이 낮도깨비처럼 돌아다니는 야구 마니아들의 모습을 떠올려” 파란 도깨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후 신상우 KBO 총재가 지난달 대표팀의 일본 전지훈련장에 들러 ‘젊은 청년들이 좋은 제안을 했다’며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이름만 덩그러니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불을 당긴 주인공은 국내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일하다 지난해 미국으로 이민간 신욱(32)씨.
신씨는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에게 ‘대표팀 싸인을 받아주겠다’며 티셔츠 제작을 부탁했고, 마침내 파란색 바탕에 삼진과 코리아를 의미하는 ‘K’가 새겨진 모자를 쓴 투수 얼굴을 형상화 한 파란 도깨비 유니폼이 나오게 됐다.
파란 도깨비는 결승 티켓을 놓고 일본과 재격돌하는 19일에 잠실 운동장, 인천 문학경기장 등에서 대규모 응원을 펼칠 계획이다. 또 이날 10시부터 잠실 운동장 앞에서 파란 도깨비 티셔츠 500장을 선착순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파란 도깨비 카페(club.paran.com/bluebogy, club/cyworld.com/bluebogy) 가입자도 3일만에 1,000명을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카페 운영자인 정원희(30)씨는 “며칠 전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반응이 이렇게 폭발적일지 몰랐다”며 “전국에서 ‘응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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