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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0> 성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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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0> 성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입력
2006.03.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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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는 청년 F는 성공을 위해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드디어 F의 목전에 성공이 있고, 이제 한걸음만 더 가면 됩니다. 그 순간 F의 눈에 그동안 성공을 쫓는 발걸음에 밟히고 그늘에 가려 울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청년은 과감히 성공을 포기하고 사랑을 거두어 돌아갑니다.

드라마와도 같은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F의 삶을 들여다보니 매번 성공의 목전에서 항상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생깁니다. 이제껏 잘 해오다가 너 왜 그러느냐, 너 바보냐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며 갑자기 양심을 찾습니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에서 ‘성공공포(fear of success)’라고 말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성공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좀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실패 보다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더 주된 심리입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G씨는 그동안 평범하게 사는 것을 신조로 하고 큰일을 도모한 적이 없습니다. 친구들은 G씨의 능력으로 보아 충분히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G씨는 자신의 능력이 그만큼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과욕을 부리다가 크게 실패한 사람들의 예만 늘어놓습니다.

사실 G씨는 성공을 내심 몹시 바랍니다. 그러나 그는 그 성공을 유지할 자신감도, 유명세를 감당할 자신감도 없습니다. 성공 후에 시기와 질투로 적이 생길 것만 같고, 형제들 중에 나만 잘 살게 되면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G씨는 그 동안 자신에게 주어지는 좋은 기회들을 보면서도 여러 가지 대의명분을 내세워 외면해왔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성공공포는 보편적인 심리적 현상입니다. 너무 좋은 일이 생겨도 한편으로는 겁이 납니다. 복권에 당첨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1등 당첨 보다는 그저 중간쯤이 걸리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성 친구나 배우자를 고를 때, 직장을 고를 때도 너무 좋은 조건에는 오히려 접근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성공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이 잘 되어갈수록 두렵고 불안해져, 그 일로부터 벗어날 자연스런 구실로 자신을 내몰고, 견디다 못하면 우울증에 빠집니다.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감당하지 못할 지나친 성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인가요?

성공공포는 어려서부터의 성취감과 관련이 깊습니다. 특히 자녀의 성취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녀의 성취에 대해 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요구하는 완벽주의적인 부모는 자녀의 성취감을 억제하여 성공을 두려워하는 마음의 씨를 뿌리게 됩니다.

자녀를 칭찬하면서 부모 스스로를 낮추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넌 잘하는데 난 이게 뭐냐’라고 한다거나 ‘넌 내가 못하는 것도 잘 하는구나’하는 식의 칭찬은 은연중에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게 됩니다.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부모를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부모를 능가했다고 느끼는 순간 무의식에서는 두려움이 싹트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스스로의 성공 그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성인의 경우는 어떨까요.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인 발달은 멈추지 않습니다. 가족, 친지간의 대인 관계를 통해서 뿐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운동과 같이 부담이 적은 일을 통해 반복적으로 순수한 성취감을 경험하는 것이 성공공포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정신분석을 받는 것도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정신분석을 통해서는 현재의 성공공포와 함께 이러한 것이 생기게 된 자신의 성격, 성장과정에서의 경험 등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고,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독자여러분, 성공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통해 삶의 차원을 바꾸시기 바랍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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