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입니다.”
일본 TBS TV 해설자의 목소리는 침통했다.
일본야구가 16일(한국시간) 한 수 아래라고 깔보던 한국야구에 무릎을 꿇자 해설자는 “한국팀의 중심인 박찬호를 잡지 못해 분하다”고 말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일본과의 WBC 본선 1조 최종전에 선발등판한 박찬호는 5이닝을 산발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2-1)의 발판을 만들었다.
박찬호는 지난 5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도 3-2로 앞선 9회말 구원 등판해 3자 범퇴로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일본 야구팬들에게 ‘한국 야구의 수호신’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
박찬호는 WBC에서 4차례 등판해 10이닝을 7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방어율 ‘0’을 기록하고 있다.
박찬호는 예선 통과의 관건이 된 대만전(3일)을 비롯해 일본(5일), 멕시코(13일)와의 경기에서는 구원투수로서 모조리 세이브를 올려 구원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찬호는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줄 몰랐다”면서 “태극마크를 단 만큼 꼭 이기고 싶었다. 선발투수의 임무를 다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WBC가 시작하기 전 야구계에는 ‘박찬호가 한물 간 것 아니냐’ ‘박찬호는 계륵 같은 존재’라는 평가가 돌았다. ‘믿음’의 대명사 김인식 감독조차 박찬호의 활용을 놓고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고비마다 박찬호를 등판시켰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는 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의 WBC 4강 진출은 김인식 감독의 혜안과 박찬호의 집중력이 낳은 결과다.
WBC에서 가장 강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은 어느덧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이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박찬호의 경험은 더욱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애너하임=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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