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들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건달’이다. 사전 풀이로는 건달이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남의 일에 트집잡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코믹함과 겉멋 안에 깊은 상처를 숨기고 있어 연민을 느끼게 하는 사람으로 변주 되곤 한다. 좀 식상한 캐릭터지만, 이 사람이 맡는다면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타이틀롤을 맡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선을 사로잡은 김명민(34)이 갑옷을 벗은 지 6개월 만에 ‘날 건달’로 변신한다. 22일 첫 방송하는 SBS 수목드라마 ‘불량가족’를 통해서다. 이름조차도 건달을 뒤집은 ‘달건’이다.
‘불량주부’의 유인식 PD, ‘토마토’ ‘미스터Q’의 이희명 작가가 손잡은 ‘불량가족’은 사고로 가족과 기억을 잃은 아홉 살 소녀를 위해 급조된 가짜 가족의 엽기 행각을 그린 휴먼 코미디. 가짜 가족을 내세워 가족의 참 의미를 재발견한다는 게 기획 의도라지만,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일군의 불량 인생들을 끌어모아 가짜 가족을 급조하고 삼촌 노릇을 자처한 달건은 언니 역을 부여 받은 양아(남상미)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김명민은 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파격 변신에 대한 나름의 변(辯)을 내놓았다. “이런 역할이면 ‘이순신이다!’라는 말을 더는 듣지 않겠다 싶었어요. 이왕 변신할 거면 확 바꾸자 싶어 색깔이 뚜렷한 드라마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세 살 난 아들이 요즘도 사극에 수염 달고 나온 사람이면 다 아빠인 줄 안다”고 ‘이순신’ 후유증(?)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명민은 작품의 기획의도대로 “따뜻하고 진한 감동을 주고 싶다”며 “그동안 (오랜 무명생활을 하며 겪은) 마음고생 한 것도, ‘불멸의 이순신’으로 얻은 이미지도, 또 그 역으로 연기대상을 받은 것도 다 잊고 새 배역에 몰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량가족’의 계보도는 화려하다. 가짜 할아버지ㆍ할머니 역에 임현식과 여운계, 가짜 아빠ㆍ엄마 역에 강남길과 금보라 등 코믹 연기의 대가들이 포진했고, 슈퍼주니어의 꽃미남 김희철이 가짜 오빠 역으로 합세했다. 김명민이 장군에서 건달로의 파격 변신을 얼마나 멋지게 소화해내며 이 막강 군단을 이끌어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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