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언제 재벌과 정치인을 일반인과 같이 다룬 적이 있습니까?”
시민운동의 대부이자 이 시대의 양심을 대변해온 박원순(50) 아름다운재단 이사가 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30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1시간 동안 쓴소리를 쏟아냈다. 1980년대 인권 변호사의 길로 나선 뒤 줄곧 검찰과 대립해온 박 이사가 검찰의 간곡한 요청으로 ‘인권 수사’를 말하는 자리였다.
박 이사는 “전과 3범인 내가 이 자리에서 강연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19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개월간 구속됐고, 2000년엔 총선 낙선 운동을 하다 기소돼 대법원에서 2004년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다.
박 이사는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특정기업 비리 사건 판결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며 “그것이 법원의 일이기는 하지만 검찰의 기소권 행사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과거사에 언급, “법을 배운 사람으로서 1970~80년대 한국의 고문 실태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은 이런 과거를 해명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미래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박 이사는 “일본이 과거보다 투명해진 것은 여러 정치 스캔들에서 진실을 찾아내려는 일본 검찰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부가 움직이면 우리나라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사라지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운다는 자세로, 어떤 외부 입김에서도 자유롭게 사회악을 척결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라며 “외압을 극복하고 어떠한 영향에서도 자유롭다면 사람들이 꽃을 들고 검찰청사를 찾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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