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오토바이 헬멧부터 챙기는 유별난 교수가 있다. 김창룡(52) 한성대 인문대학장이 주인공. ‘흑룡(黑龍)’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1,800cc 오토바이에 올라탄 김 학장은 서울 강남 반포의 집을 출발해 시원스레 한강 다리를 질주한다. 1998년부터 벌써 9년째다.
김 학장의 오토바이 통근은 출퇴근길에 살인적인 교통체증으로 승용차 안에서 1시간씩 꼼짝없이 갇혀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짜증만 부리는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한 부인이 “오토바이를 한 번 타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면서 비롯됐다. 젊었을 때 오토바이를 타본 경험도 있어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면서 소요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하루 일과가 한결 여유로워졌다. 물론 주차 걱정도 없다. 김 학장은 “한강을 건널 때 온몸에 전해지는 알싸하고도 차가운 느낌은 묘한 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주위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동료 교수들은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지만 차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제자들은 “멋쟁이 교수님”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덕분에 그의 가족도 오토바이 마니아가 됐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함께 레이스를 펼치기도 한다. 김 학장은 “오토바이는 자유와 낭만을 상징하는 내 인생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자 엔돌핀”이라며 크게 웃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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