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경쟁법(공정거래법) 권위자가 공정거래위원장이 됐다.
전임 강철규 위원장이 ‘개혁가’ 이미지였다면, 신임 권오승 위원장 내정자(56)는 철저한 ‘이론가’로 분류된다. 국내 최초로 법과대학(서울대)에 경쟁법 과정을 도입해 15년째 강의하고 있으며, 경쟁법 관련 저서와 논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행정경험은 없지만 워낙 오랫동안 공정위 업무에 간여해왔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생소함도 없을 것이란 평가다. 공정위 약관심사자문위원을 거쳤고, 경쟁정책자문위원장은 지금도 맡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워낙 철저하게 이론무장이 되어있는 위원장을 맞게 돼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가는 대목은 재벌규제와 경쟁촉진을 두 날개로 삼고 있는 공정위 정책을 권 위원장이 향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냐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공정위 정책은 출자총액제한으로 상징되는 재벌규제 쪽에 무게중심이 압도적으로 쏠려 있었고, 이 점은 전임 강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권 위원장은 재벌규제론자 보다는 경쟁촉진론자에 가깝다. “카르텔과 시장지배력남용, 기업 인수합병(M&A) 문제야 말로 경쟁법의 3대 의제”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논란의 대상인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탄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카르텔 규제나 M&A심사 등에선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2003년 독과점남용과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용역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계로서도 이런 권 위원장의 정책방향에 대해 득실계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은 경북 안동출생으로 용산고, 서울대법대를 졸업했다. 우일강(57)씨와 2남.
이성철기자 scle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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