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은 위조지폐의 신(新) 유통창구?’
최근 전국 곳곳의 성인오락실에서 잇따라 위폐가 발견되면서 성인오락실이 위폐 세탁과 유통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경기 오산시 모 성인오락실 업주 김모(40)씨가 영업을 마치고 정산을 하던 중 만원권 위폐 914장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날 경기 화성시, 앞서 1~2월에는 대구, 전남 목포시, 충남 천안시 등의 성인오락실에서도 만원권 위폐가 나왔다.
올 들어 성인오락실에서 발견된 만원권 위폐는 모두 2,200여장. 신고가 안된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국내에서 한번에 발견되는 위폐가 소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때문에 경찰은 연이은 ‘성인오락실 위폐’ 사건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대체 성인오락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위폐가 흘러 다닐까.
전문가들은 성인오락실의 영업 형태, 허술한 감시체계가 위폐를 꼬이게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인오락실은 현금은 물론, 환금성이 높은 경품용 상품권을 대량으로 취급, 위폐범의 표적으로 안성맞춤이다.
서울의 한 성인오락실 아르바이트생 김모(23)씨는 “성인오락실 한 곳에서만 하룻밤 유통되는 현금이 수천만원이고 액면의 60~70%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권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위폐 식별 기능이 떨어지는 오락기기는 위폐 유통을 부추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위폐 제조범들에게는 ‘성인 오락기가 위폐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널리 퍼져 있다.
실제 14일 대구에서 경찰에 구속된 손모(44)씨 등은 이 같은 점에 착안,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른바 ‘오락실 머니’라는 이름으로 위폐를 유통시키려 했다.
위폐 감별기를 갖춘 오락실도 있지만 제구실을 하지는 못한다. 위폐 감별기 제작업체의 한 관계자는 “성인오락실에 납품하는 감별기는 금융권과 비교해 모양과 색깔 구별 등 단순 감별 기능만을 갖춰 조금만 정교하게 만든다면 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실내가 어두운 데다 손님까지 붐빌 때는 환전 때마다 일일이 확인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산에서 신고된 위폐는 음영이 없고 인쇄 상태가 조잡해 언뜻 보기에도 위폐임을 알 수 있었으나 오락실측은 정산 과정에서야 뒤늦게 위폐임을 알아챘다.
성인오락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주택가, 유흥가를 막론하고 전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는 점도 위폐범들이 손쉽게 범행 터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대규모 위폐 제조 및 유통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화성과 오산에서 발견된 위폐는 일련번호가 같은 것으로 조사됐고 대구와 목포의 위폐에서는 동일인의 지문이 채취됐다.
경찰 관계자는 “위폐가 발견돼도 영업 지장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업주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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