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이해찬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4일 귀국한 노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의를 전달 받은 뒤 오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의 면담에서 사표수리를 결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는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정 의장과 면담하면서 “당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사표수리 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대지위에 따뜻한 봄 햇살을 비추고 입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로 노 대통령이 이 총리 사퇴여론을 수용할 것을 요청했다. 또 노 대통령은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정 의장은 전했다.
13일 알제리를 출발, 12시간30분의 비행 후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공항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숨 돌릴 새도 없이 곧바로 헬기를 이용, 청와대로 날아갔다.
노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이 총리 및 청와대 수석ㆍ보좌관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티타임은 대화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만큼 의례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티타임 직후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가 개별 면담을 갖자 관저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20여분의 면담에는 이병완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이 배석했다. 이 총리는 다시 한번 사과하며 사의를 표했으나 노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비서실장의 종합보고를 받은 뒤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한 뒤 말씀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동영 의장이 오후 2시40분 청와대를 찾아 사퇴 불가피론을 전달하면서 급진전됐다. 결국 오후 5시10분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이 노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받아들였음을 밝히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한편 이 총리도 오전부터 마음을 비운 듯했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예정대로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대통령 귀국인사를 이유로 35분만에 회의를 끝냈다.
노 대통령을 만나고 정부중앙청사로 돌아온 뒤 15일 이후 외부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정동영 의장의 위로 전화를 받고 “홀가분하다”고 말해 그 동안의 심적 고통이 컸음을 내비쳤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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