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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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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뭐길래

입력
2006.03.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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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단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제도를 채택할 정책적 의사는 없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세계적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도전과 관련, ‘추가 경영권 방어책이 필요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현단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의 전형이라는 미국에서도 외국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를 저지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당한 대목은 외국자본을 물 먹이는 이유다. 산업보호와 안보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궁색한 억지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기업인 두바이 포트 월드(DPW)는 미국 의회의 반대로 영국 기업이 가지고 있던 뉴욕 마이애미 등 6개 항구 운영권 인수를 포기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중심이 된 반대파들은 DPW가 UAE 정부 소유인데다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한 테러범 중 2명이 UAE 국민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운영기업이 누가 되든 보안은 미국 정부가 맡는 다는 점에서 논리가 옹색하다. 게다가 UAE는 중동의 대표적인 미국의 우방국이 아닌가.

UAE나 중국 같은 신흥국 국영기업체의 기업인수합병(M&A) 공세에 맞서고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유럽연합(EU) 단일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이웃사촌끼리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에너지 업체가 이탈리아의 동종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막으려고 프랑스 가스업체와 합병을 추진하는 꼼수를 동원했다. 프랑스 룩셈부르크 스페인은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미탈스틸이 이들 3국 공동소유의 철강사를 인수하려고 하자 아예 독소조항(포이즌 필) 등 강력한 경영권 방어조항을 입법화했다.

무슨 의미일까. 경제주권이 세계화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일자리 보호 등 나름의 반대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반시장적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알짜기업을 외국에 내줄 수 없다는 국민정서가 진심일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들도 이 같은 현상을 경제애국주의라고 해석한 뒤 세계화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시장 조사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을 넘나든 M&A는 9,000억달러에 육박해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2000년 안팎의 닷컴기업 붐이후 가장 활발한 모습이다. 이런 점에는 세계경제의 ‘현단계’는 극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조류에 경제애국주의와 신보호주의가 도전하는 국면이다.

경제애국주의란 용어를 가장 즐겨 썼던 한국인은 아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일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경제성장에 매진하자는 이 논리는 성장을 추동하는 연료로 한몫을 했지만 동시에 개발독재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경제애국주의에는 약만큼 독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 논리에 매몰돼 선진국의 이중잣대를 놓쳐 국익에 누를 끼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지배구조 우량기업인 KT&G 사태를 보면서 포스코도 언제 적대적 M&A를 당할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하소연은 가슴에 와닿는다. 포스코처럼 마땅한 방어수단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우량기업들이 적지 않다. 한 부총리는 현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경철 경제산업부장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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