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공모 혐의로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기소된 자카리아스 무사위(사진)가 정부측 변호사의 ‘과욕’때문에 사형을 모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사위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미 교통안전국 전현직 관리들의 변호를 맡은 여성변호사 칼라 마틴이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마틴 변호사는 이메일로 아직 법정에 서지 않은 증인들에게 앞서 나왔던 증인들의 증언기록과 검사의 발언 등을 알려주고 무사위의 혐의를 인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증언할 것을 지도했다.
마틴 변호사는 7명의 교통안전국 증인들에게 “무사위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사의 발언에 허점이 많다”고 비판한 뒤 검사의 주장을 강화시켜 줄 증언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나아가 무사위를 체포했던 FBI 요원의 증언을 자세히 설명한 뒤 “이 요원이 처음엔 9ㆍ11 이전에는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주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알카에다에 의한 초기 비행기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번복하는 실수를 했다”면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을 이끌던 알렉산드리아 연방지방법원의 레오니 브린케마 판사는 13일 “지금껏 법관 생활을 해오면서 증인에 관한 법원의 명령을 이렇게 지독하게 위반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선고를 미루고 휴정했다. 브린케마 판사는 이런 종류의 재판 규칙에 따라 증인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증언을 비교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미리 내렸었다. 마틴 변호사는 이 명령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브린케마 판사는 “이런 상태에서는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사형 선고를 배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재판에서는 이미 공모 혐의를 인정한 무사위에 대해 사형 또는 종신형 가운데 하나만을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사형이 배제되면 무사위는 종신형에 처해진다. 사형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9ㆍ11 유족과 안보ㆍ수사 기관에는 큰 난리가 날 것으로 보인다. 브린케마 판사는 마틴 변호사의 지도를 받은 증인들을 따로 만나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며 신중함을 잃지 않고 있다. 브린케마 판사의 휴정 선언 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무사위는 법정을 떠나면서 “쇼는 계속돼야 한다”고 소리쳤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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