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한국인 납치는 미국, 영국 등 서방 세계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반발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이스라엘군은 2001년 숨진 레하밤 지비 전 관광 장관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인민해방전선(PFLP) 지도자 마흐메드 사다트와 조직원들을 잡겠다며 요르단강 서안지구 휴양도시 예리코 수용소를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날 헬기, 탱크 수 십대로 수용소를 폭격하고 불도저 50여 대를 동원 수용소 벽을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경비원 30여 명이 죽거나 다쳤고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인 수 백 여명은 알몸으로 이스라엘군에 투항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군의 이날 공격이 수용소 경비를 담당하던 영국군이 철수하자마자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자극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다트는 지비 전 장관 살해한 혐의를 받고 2002년부터 이 곳 수용소에서 동료 조직원 5명과 함께 4년 째 수감 중이다. 당초 이스라엘은 사다트를 이스라엘 수용소에 수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에 반대, 결국 미국, 영국이 감시한다는 조건으로 예리코 수용소에 수감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영국, 미국 측이 “경비원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이 날 경비 병력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미국, 영국 감시 병력이 떠나자 마자 이스라엘군이 쳐들어 온 것을 보면 이들이 미리 짜고 저지른 일”이라며 “두 나라 경비 병력이 우리의 동의 없이 철수한 것은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무장단체 알 아크사 여단은 “미국, 영국인은 당장 떠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잭 스트로우 영국 외무장관은 사전 계획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경비 병력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어 내린 결정이며 이미 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며 “팔레스타인 정부가 경비 병력에 대한 외곽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스라엘 보안장관 기돈 에즈라는 “팔레스타인 대법원이 사다트 일당을 풀어줄 것을 명령하고 하마스도 그들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죄인이 죄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이날 공격은 정당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영국 문화원을 공격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든 외국인에 대해 납치를 시도하거나 외국 국적 건물을 목표물로 삼고 있다. 한국인 2명 뿐만 아니라 외국인 10여 명이 납치를 당한 것이다.
특히 최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한 무장 단체 하마스 정부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이스라엘이 군사 공격을 감행한 것을 두고 “예산 지원 중단 등 경제 제재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무력으로 하마스를 무력화 하려고 나선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이 적극적으로 하마스 죽이기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격도 분명 이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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