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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크로락스 임승욱지사장/ "우리 주부 알뜰함이 세계적 명성 이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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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크로락스 임승욱지사장/ "우리 주부 알뜰함이 세계적 명성 이겼죠"

입력
2006.03.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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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생각은 항상 옳다'는 믿음이 철옹성 같던 미국 본사를 움직였죠."

일회용 밀폐용기 '그래드' 의 수입ㆍ제조업체인 ㈜한국크로락스의 임승욱(45) 지사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다. 자신의 주도로 개발한 '한국형 그래드' 모델이 다음달 중국, 호주 뉴질랜드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그래드는 110개국에서 연간 5조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적인 일회용 밀폐용기 브랜드다. 그러나 2001년 국내에 선보인 '그래드' 는 우리주부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일회용 밀폐용기보다 튼튼하고 반영구적인 밀폐용기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한국크로락스의 지사장으로 임명되자 그는 직원들에게 "브랜드 명성에 기대기보다는 과감한 '현지화' 전략으로 살길을 찾자" 고 역설했다.

'설거지 할 때 손에서 미끄러진다' '여러 단 쌓아놓으면 잘 넘어진다' '뚜껑 모서리의 각이 져 여닫기 힘들다'는 등 주부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그래드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본사는 '세계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는 기존 모델로 승부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 며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임 지사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단돈 1,000원짜리 제품도 장ㆍ단점을 비교해 고르는 알뜰한 한국 아줌마들의 생각이 정답"이라며 7개월간 설득했고 지난해 2월 드디어 한국형 그래드를 출시했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용기 표면을 올록볼록하게 만들었고, 눈금을 새겨 용량측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여러 단 쌓았을 때 넘어지지 않도록 용기바닥과 뚜껑의 밀착도를 높였다. 사소한 변화 같았지만 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국내에 출시된 그래드 모델 15가지 중 4종류에 불과한 이 한국형 그래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이제는 세계시장에 역수출될 정도가 됐다.

홍익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97년 입사 이래 회계 업무만 담당해왔던 임 지사장의 성공은 사실 본사와 사내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본사에서는 사실 '회사의 재무상태만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라'는 차원에서 마케팅 분야 전문가 대신 그를 발탁했다.

임 지사장은 "솔직히 내 능력을 보여주자는 뜻에서 '일을 저질러보자'고 결정했고 다행히 성공했다"며 "국내 시장에서 '1,000원짜리 '그래드' 제품을 1년에 1,000만개 팔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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