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부다처제(중혼) 옹호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성애자 결혼 허용 분위기를 타고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일부다처제를 다룬 케이블TV HBO의 새 드라마 ‘빅 러브’(Big Love)도 촉매재가 됐다. 12일 첫 방영된 ‘빅 러브’는 한 남편이 세 명의 부인을 동시에 두고 살아가는 내용이다.
뉴스위크 최신호(20일자)에 따르면 미국에 3만~5만 명의 일부다처 가구가 있다. 복음주의파와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한다. 숨어 지내던 이들이 조직을 만들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린드 햄먼은 1950년대 일부다처제 가정에서 자랐다. 당시 부친은 체포돼 구금되고, 가족은 일반인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지금 햄먼은 이런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단체(CPAC)를 이끌고 있다. 일부다처 출신 부인들의 조직 ‘프리서플 보이스’ 도 이 운동에 가담하고 있다. 복음주의파 중혼 단체인 ‘진실을 나르는 사람들’의 마크 헨켈은 “중혼이 차기 민권운동의 이슈”라고 말했다.
중혼을 금한 현행 법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유타주의 중혼 불허에 불복한 한 부부의 소송은 항소심에 계류중이다. 변호사 브라이언 버나드는 연방대법원의 2003년 남색사건 판례를 중혼 인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개인은 정부간섭을 받지 않고 사적행위를 영위할 완전한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1월 캐나다 법무부의 한 보고서는 중혼 차별 철폐를 건의한 바 있다.
동성혼이 중혼 인정의 목소리를 키웠다는 주장에 대해 동성애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중혼 옹호자들은 오히려 동성애를 죄악시 한다.
작년 5월 갤럽조사에서 미국인 92%는 중혼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입을 열기 시작한 중혼 옹호론이 큰 파문을 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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