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하던 일본을 무너뜨린 이승엽(요미우리)의 방망이가 이번엔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주저앉혔다.
1라운드 중국전 홈런 2방, 일본전 역전 홈런, 그리고 2라운드 멕시코전 결승 홈런. 이승엽이 3경기 연속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꿈만 같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이 조금씩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멕시코와의 2라운드 1조 첫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1라운드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한국은 WBC 4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4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남은 미국전(14일)과 일본전(16일)에서 1경기만 따낸다면 준결승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멕시코전 실점이 1점에 불과해 동률이 될 경우 최소 실점으로 순위를 가리는 대회 규정상 한국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이승엽의 한 방과 투수들의 숨막히는 계투작전이 빛났다. 선발 서재응, 마무리 박찬호의 ‘필승 카드’가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
1회말 1사후 이종범(기아)이 좌전안타로 찬스를 만들었고, 이승엽이 멕시코 선발 로드리고 로페스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로페스의 6번째 공, 밋밋하게 몸쪽으로 들어오는 시속 135km짜리 변화구를 이승엽은 놓치지 않았다. 가볍게 돌린 방망이에 맞은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 105m짜리 2점 홈런이 됐다. 일본전 8회에 터뜨린 홈런에 이어 2타석 연속 홈런. 한국은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을 끝까지 지켜 승리를 낚았다.
이승엽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친 6개의 안타 가운데 4개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9타점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이승엽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애드리안 벨트레(시애틀ㆍ4홈런 9타점)와 함께 이번 대회 홈런과 타점 부문 공동1위에 올랐다.
서재응(LA 다저스) 구대성(한화) 정대현(SK) 봉중근(신시내티) 박찬호(샌디에이고)로 이어진 마운드의 ‘굳히기 작전’도 눈부셨다. 서재응은 5와3분의1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막아 제 몫을 했고, 나머지 투수들도 멕시코 타자들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회초 서재응이 루이스 가르시아에게 맞은 우중월 1점 홈런이 한국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2-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비니 카스티야에게 안타를 맞아 2사 3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마지막 타자 헤르니모 힐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이번 대회 3세이브째.
WBC ‘불패 행진’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14일 낮 12시 미국과 2라운드 2차전을 벌인다.
애너하임=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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