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윤상림씨가 현직 검찰 간부에게 100만원짜리 수표를 건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윤씨 사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윤씨를 체포한 검찰은 110여 일의 수사에서 윤씨를 모두 6차례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윤씨가 군ㆍ검찰ㆍ경찰ㆍ법원ㆍ정치권 등에 광범위하게 형성한 ‘거미줄’ 인맥의 윤곽이 상당부분 드러났다. 그러나 브로커 윤씨에게 돈을 뜯기거나 빌려준 인사들만 확인됐을 뿐 돈을 받은 사람은 드러나지 않아 의혹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희철 법무부 정책홍보실장(당시 평택지청장)이 윤씨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윤씨의 로비 행태와 인맥에 비추어 볼 때 금품제공 사례 중 극히 일부가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 실장은 지청장 시절 윤씨를 1~2 차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 받은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윤씨가 발행한 100만원 짜리 수표를 황 실장이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황 실장은 “윤씨와 관련이 있는 친척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로, 윤씨 돈이 섞여 들어왔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실장이 말한 친척은 실제 윤씨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파악됐다. 지난 1월26일 기소된 윤씨의 혐의 중에는 2004년 포스코건설의 산재 사고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황 실장의 매제가 사장인 H건설에 포스코건설의 부산 망미동 아파트 공사 하도급을 주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이 있다. 윤씨는 그 대가로 H건설에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검찰에서 “직원들과 연말 회식이나 하라고 준 돈이었다”며 사건청탁 명목이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실제 100만원은 로비용이라고 하기에는 비교적 소액이다. 수표로 건네진 것도 ‘떡값’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윤씨의 행태에 비춰 볼 때 로비 목적이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씨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황 실장을 ‘관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 떡값이었다면 윤씨의 돈을 받은 검찰간부가 더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검찰 안팎에선 “윤씨를 모르는 검찰 간부가 없었다”는 얘기가 정설로 나돌고 있다. 그 동안 수사에서 2003년 이후 윤씨와의 돈 거래가 확인된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3명이었다. 윤씨와의 친분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2명이 있다. 100만원 짜리 수표 추적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추가 금품수수 사례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던 윤씨가 수사 막바지에 검찰 고위간부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이유도 주목된다. 윤씨가 오랜 수사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거나, 수사팀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흘렸을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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