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거취 문제는 14일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다 해도 노 대통령의 수용여부에 따라 이 총리는 유임될 수도, 물러날 수도 있다.
단순하게 본다면 노 대통령의 선택은 ‘경질이냐 유임이냐’두 가지 중 하나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분권형 국정운영 문제, 여권 내 역학구도 등 고려해야 할 변수를 대입할 경우 노 대통령의 선택지는 훨씬 복잡다단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질
현재 분위기 상 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마저 의견 수렴을 통해 사퇴 불가피쪽으로 총의를 모은 마당에 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경질할 경우에도 후임 총리를 바로 지명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둘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먼저 한덕수 경제부총리에게 총리 권한대행을 맡겨 5ㆍ31지방선거까지 가는 방안이다. 후임을 곧바로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선거를 의식한 야당의 거센 공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주된 논거다. 우리당의 한 초선은 “야당은 청문회에서 무조건 꼬투리를 잡아 정치공세를 펼 텐데 굳이 총리지명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지방선거 후 내각개편이라는 여권핵심부의 타임테이블과 맞아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특히 곧바로 총리를 지명하는 방안은 노 대통령이 분권형 국정운영에 걸 맞는 후임자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편에선 이 총리에게 지방선거에 출마할 환경부 장관 등의 후임을 제청토록 한 뒤 총리대행체제를 운영하는 방법도 거론하고 있다.
●유임
가능성은 낮지만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에 근거한 예측이다. 우리당 친노 직계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책임이 경미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냥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현재의 내각으로 집권 후반기를 돌파하거나, 아니면 지방선거 후 내각의 전면 쇄신을 단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게 뻔한 데다 우리당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어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유임 카드를 택한다면 동시에 탈당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국정운영 방식과 당정관계의 전면적 변화를 예고한다.
●절충안
노 대통령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한 뒤 그 결과 명백한 위법, 또는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된다면 경질 하겠다는 기준과 원칙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경질을 하더라도 그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당의 경질요구를 존중하면서, 책임 총리제 등 국정운영의 지속성을 고려한 방안이다. 우리당에서도 이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이 끝내 이 총리 유임을 고집한다면 당청간 조율을 통해 이런 식으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세간의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볼 때 이 총리 경질과 함께 한나라당에게 총리 추천권을 제안하며 대연정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낼지 모른다는 말도 정치권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데 물론 현실성은 희박하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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