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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1,000km 넘는 검출실험 한·일 공동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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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1,000km 넘는 검출실험 한·일 공동프로젝트 추진

입력
2006.03.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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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연구팀이 태평양 바다 밑으로 1,000㎞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실험을 공동 추진한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팀과 일본 J-파크(J-Park)팀은 일본 도카이무라에 건설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로부터 중성미자 빔을 쏘아 한국의 경북 지역의 대규모 검출기에서 이를 측정하는 실험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한-일 연구팀 사이에 구상중인 이 연구는 15년 뒤인 2020년께 수행될 계획이다.

J-파크는 일본 원자력연구소(JERI)와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로 현재 1조5,000억원을 들여 양성자 가속기를 건설중이다. 일본팀은 일단 2012년경 도카이무라 양성자가속기에서 300㎞ 떨어진 슈퍼 카미오칸데 검출기에 중성미자 빔을 쏘아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로 변환되는 변환상수를 측정하는 실험(T2K·도카이무라에서 카미오카까지라는 의미) 계획을 수립했다.

한·일 연구팀의 공동연구는 여기에서 나아가 도카이무라 양성자가속기에서 반입자인 반중성미자를 만들어 빔을 쏜 후 한국의 검출기에서 이를 검출하는 실험을 추진중이다. 이는 중성미자의 변환과 반중성미자의 변환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밝혀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물리법칙을 따르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김수봉 교수는 “우리의 우주는 빅뱅 이후 100분의1초 이내에 입자와 반입자 사이의 대칭성(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물리법칙을 따르는 것)이 깨짐으로써 물질의 우주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본에서 한국에 걸쳐 관측될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 검출실험은 중성미자의 대칭성이 얼마나 깨지는지 여부를 측정함으로써 우리 우주의 형성원리를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100만톤 규모의 물탱크에 빛감지기를 단 초거대 검출설비를 지어야 한다. 일본 연구팀이 카미오카에 지은 슈퍼 카미오칸데가 5만톤 규모의 검출기였던 반면 우리나라에 지어야 할 검출기는 규모만 해도 20배나 크고, 검출비용도 5,000억원이 소요된다. 중성미자가 1,000㎞ 밖에서 날아오는 만큼 이를 검출하기 위해선 대규모 검출기가 필요한 셈이다.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고등과학원에서 연구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처음 심포지엄을 연 데 이어 한-일 연구팀의 긴밀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연구비 부담이 연구 수행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중성미자 비밀이 풀리고 있다고?"

원자로부터 전자가 방출될 때(베타붕괴) 처음 갖고 있던 에너지와 붕괴 후 에너지의 미세한 차이가 있어 중성미자라는 입자의 존재를 예견한 것은 1930년 이론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1900∼58)였다. 파울리는 21세에 상대성 이론에 관한 사전항목을 집필, 아인슈타인이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놀랍기만 하다”고 평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는 실험에는 영 재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가 주변에 있기만 해도 실험이 실패하는 징크스가 있어 이를 ‘파울리 효과’라 부르기도 한다.

1987년 초신성 폭발로 중성미자가 처음 관측된 후 이 분야는 급격히 발전하고 있으며 한국의 물리학자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팀이 올해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중성미자 검출기 설치에 착수하며, 2020년경 한·일 공동연구도 추진중이다.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중성미자 관측에 수조원의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도대체 물리학자들은 왜 중성미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이론물리학자 파울리와 현대의 실험물리학자 김 교수와의 가상 대화를 통해 구성해 본다.

김 교수=파울리 선생님, 기뻐하십시오. 선생님께서 예언한 중성미자의 존재가 선생님의 생전 확인되었지요. 머지않아 중성미자의 질량도 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울리=그렇군요. 내가 죽기 2년 전인 1956년 코원과 라이니스라는 미국 물리학자가 전자 중성미자를 발견했지요. 그 뒤로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김 교수=20세기는 입자 발견의 시대였지요. 중성자와 양성자가 무거운 입자(重粒子)인 쿼크로 이뤄져 있는 반면, 쿼크보다 100만분의 1이나 가벼운 전자를 비롯해 뮤온, 타우,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는 모두 가벼운 입자(輕粒子)들입니다. 1998년 일본 연구팀이 대기 중 뮤온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것을 관측하고 그 강도(변환상수)를 측정했습니다. 중성미자들의 3가지 변환상수 중에서 하나를 측정한 것입니다. 이는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확인한 셈이지요.

파울리=중성미자는 우리 우주에 광자 다음으로 많은 입자지만 아무 입자와도 상호 작용이 거의 없어 검출이 어려웠을 텐데요. 질량도 없거나 아주 작을 것으로 예측했지요.

김 교수=일본 연구팀이 카미오카의 지하 폐광에 5만톤 짜리 거대한 물 탱크를 만든 덕분이지요. 슈퍼카미오칸데라고 불리는 검출시설입니다. 물분자 수백조 중 몇 개와 중성미자가 만난 것이죠. 중성미자가 물의 전자와 부딪히면서 나오는 미세한 빛을 물탱크 속의 초고감도 빛감지기로 검출했습니다.

파울리=흠, 그 정도 실험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같은데….

김 교수=(당황하며)아, 네. 하지만 그보단 선생의 이론적 혜안이 더 절실합니다. 2004년에는 좀 더 방대한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일본 쓰쿠바시의 고에너지연구소(KEK) 양성자가속기에서 중성미자 빔을 쏘아 250㎞ 떨어진 슈퍼카미오칸데에 적중시켰습니다. ‘K2K’(‘KEK’에서 ‘카미오칸데’로) 실험으로 불리지요. 이 실험에서 또 하나의 변환상수가 밝혀졌습니다. 중성미자들 사이의 세가지 변환상수 중 두 가지가 밝혀진 셈이지요.

파울리=한 개 변환상수가 남았구료.

김 교수=그렇습니다. 나머지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과 프랑스 연구팀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원전이 집중적으로 개발된 나라지요. 엄청난 돈을 들여 가속기를 만들지 않아도 원전에서는 막대한 중성미자가 나오고 있거든요.

파울리=2차대전시 원자폭탄을 개발하느라 미국과 독일의 물리학자들이 경쟁했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김 교수=그 때 중성자의 연쇄반응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했던 통계적 방법이 몬테카를로 방법이었죠. 지금 우리가 원전에서 나오는 중성미자의 양을 계산하는 데에도 같은 방법을 씁니다. 사실 원전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실험이 이미 15년 전에도 프랑스에서 수행됐습니다. 허나 계산에 오차가 있고, 검출기가 작아 측정에 실패했지요.

파울리=중성미자의 변환이 이론적 예측보다 훨씬 드물게 일어났군요. 그렇다면 더 큰 검출기가 필요하오.

김 교수=최근 2년간 세계의 물리학자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결국 원전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의 양이 보다 정밀하게 계산되었고, 또 원전의 근거리와 원거리에 2개의 검출기를 만들 경우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착수는 늦었지만 원전 주변에 산이 많아 터널을 뚫고 검출기를 만들기에는 유리한 환경입니다.

파울리=결국 3가지 상수가 다 밝혀지면 이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발전하겠군요.

김 교수=예. 1960년대 전자기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대통일이론이 나온 이후 여러 버전의 가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중성미자의 변환상수 3가지가 모두 밝혀지고, 이에 따라 질량의 범위가 추론되면 수많은 경쟁적인 가설들도 정리되겠지요.

파울리=아니, 이미 많은 가설들이 출판돼 있단 말이요? 게다가 중성미자의 변환상수는 서로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들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가리킬 뿐이고,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은 알 수가 없지 않소!

김 교수=그렇습니다. 중성미자의 절대질량을 알기 위해선 베타붕괴를 연달아 관측하는 실험을 하거나 또는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쨌든 원전 검출기 실험에서 세번째 변환상수가 확인되면, 이어서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변환의 차이를 측정하는 실험 디자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일본의 가속기에서 중성미자 또는 반중성미자 빔을 쏘고 한국에서 이를 받아 검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우주가 어떻게 ‘반물질의 우주’가 아닌 ‘물질의 우주’로 남아있는지를 추측하고자 하는 거지요.

파울리=무슨 말인지 알겠소. 우리 우주에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은 법칙을 따르는 완벽한 대칭성을 이루고 있다면, 서로 상쇄돼 광자만 남은 ‘빛의 우주’가 되었겠지요. 하지만 물질만 남은 우주가 되었다는 것은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이 깨어졌다는 뜻이오. 중성미자의 변환과 반중성미자의 변환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려는 것이군요. 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이론은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오.

김 교수=물론입니다. 어쨌든 쿼크의 대칭성 붕괴 확인 후 가벼운 입자의 대칭성 붕괴 실험은 처음입니다. 그저 한 걸음씩 우주의 신비에 다가서는 것이지요. 물리학자들이 늘 그랬듯이 말입니다.

●중성미자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아주 작다는 의미에서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라 이름붙었다. 과거에는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뤄진다고 알려졌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는 다시 쿼크라는 기본입자로 구성됨이 밝혀졌다. 쿼크는 질량이 크며, 6종류(업 다운 스트레인지 참 보텀 탑)가 있다.

반면 가벼운 입자들로 전자 뮤온 타우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의 6종류가 밝혀졌다. 특히 중성미자는 우주에 광자 다음으로 많아 그 질량이 우주의 질량 중 상당수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움말 서울대 물리학과 김제완 김수봉 교수·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전응진 교수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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