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기ㆍ인천 버스의 진입 거리 제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도 백약이 무효인 서울 시내 교통 혼잡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시는 2004년 7월 버스 전용 중앙차로를 신설하고 환승 할인제를 도입하는 등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해 성공을 거뒀지만 최종 성공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3,500여대에 달하는 경기ㆍ인천 버스의 출입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경기ㆍ인천 버스의 도심 진입 제한으로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서울시 버스는 서울 시계 안에서, 경기 버스는 경기도 경계 안에서 운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그래야만 노선 중복으로 인한 교통 혼잡과 낭비를 줄이고 소속 버스를 위한 합리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또 “대중교통 개편 이후 매년 버스회사에 수천억원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면서 “경기, 인천 주민들을 위해 수익도 나지 않는 서울 버스를 멀리 운행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덧붙였다.
실제 시는 버스회사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지난해에만 2,300억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
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경기, 인천과 협의를 전제로 할 것”이라면서 “환승 정류장을 확충해 불편을 최소화하고 호혜 원칙에 따라 서울 버스의 시 경계 밖 진출도 제한한다면 반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일방적 조치가 몰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먼저 하루 220만명에 달하는 통근자 및 통학생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서울시가 환승 할인을 전제로 한다는 방침이지만 차를 갈아타는 불편과 혼란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의 이 같은 일방적 조치는 서울 경기 인천 건설교통부가 다자간 협상을 통해 마련한 버스 노선 조정 및 환승 할인, T머니 사용 등 합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어서 자칫 수도권 교통 체계를 뒤흔들 가능성도 크다.
당장 경기도와 인천시는 “터무니 없는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시민의 편의를 위해 인천시민에 시간적,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측도 “서울시가 실현 불가능한 사안을 놓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경기도는 기존 협상 내용인 환승 할인과 T머니 공동 사용 관철에 주력하겠다는 기본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도 “노선 조정은 반드시 양자간 합의를 통하게 돼 있다”면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추진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버스 진입 제한은 환승역 설치와 버스회사 차고지 이전 등 필요한 조치가 많아 장기 과제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무엇이 합리적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자신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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