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과 웃음은 모두 약이다. 눈물이 슬픔과 억울함을 다스리는 약이듯, 웃음은 현실의 쓰라림을 잊게 해주는 활력소다. 희극과 비극은 지친 심신을 카타르시스 시켜 준다. 일부러 울기는 어려워도, 웃기는 어렵지 않다. 일단 웃으면 웃음이 웃음을 끌어낸다. 웃음은 치료법으로도 요긴하다.
한번 웃을 때의 효과는 에어로빅 5분 운동량과 같다고 한다. 한바탕 크게 웃으면, 650개 근육 중 231개 근육이 움직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크게 웃을수록 위장, 심장까지 움직인다. 웃음 치료법이 나라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광대가 주인공인 영화 ‘왕의 남자’가 최다관객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최고 광대’라고 할 수 있는 개그맨, 혹은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사망했다.
1980년 데뷔한 그는 우리 코미디를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이다. 약간 혀 짧은 듯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순발력과 재치 있는 말솜씨, 날카로운 풍자로 정곡을 찔렀다. 김형곤 세대의 참신하고 살아 있는 개그는 전 세대들의 진부하고 바보스런 억지 코미디를 짧은 시간 안에 평정했다.
▦ 불행이 충격적이고, 50이 안 된 나이가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웃음의 날’ 운동도 전개했던 그는 지난해 에세이집 ‘김형곤의 엔돌핀 코드’를 펴냈다. 최근 소극장을 구입해서 본격적 코미디 사업을 펴려 했고, 30일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코미디쇼가 예정돼 있었다.
코미디 연극이라는 새 장르를 뿌리내리게 한 그의 풍자는 신문을 통해 끊임없이 현실의 부조리를 꿰뚫어 보려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했다.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별명대로, 그는 가끔 자신의 뚱뚱한 몸을 코미디에 활용하기도 했다. TV시청자나 쇼 관객은 성인 코미디로도 발전한 그의 자연스런 풍자에 늘 박수를 보냈다.
▦ 그러나 지금 코미디계에서 그 세대의 건강한 풍자 코미디가 순조롭게 계승ㆍ발전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코미디 내용이 발랄해지고 다양해진 점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후퇴한 면이 더 많아 보인다.
풍자정신은 현격히 줄어든 대신, 대세가 천박한 언어놀이와 억지 바보 흉내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김형곤이라는 뛰어난 개그맨의 돌연하고 슬픈 타계를 계기로, 보다 현실감 있는 코미디 정신이 부활했으면 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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