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편에게는 단호하게, 우리 편에는 너그럽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해찬 총리의 골프 파문과 최연희 의원의 성 추행 사건을 놓고 각각 다른 입장을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두 사안 모두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이 총리에 대해선 강력한 공세를, 최 의원에 대해선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부터 5일간 일본을 방문한 뒤 11일 귀국한 박 대표는 방일기간 중 이 총리 골프파문에 대해 “이 총리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의 표명을 한 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 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노 대통령의 이 총리 경질을 요구했다.
그는 또 “일국의 총리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반복돼서야 국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며 “(총리는) 지방선거에서 편파성과 관권시비에 걸리지 않을 수 있도록 처신을 바르게 하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 사퇴를 기정사실화 하며 후임 인선기준까지 제시한 셈이다.
이에 반해 박 대표는 성 추행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 의원의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당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했고, 당이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고 선을 그었다. 탈당한 사람에게 사퇴를 강요할 수 없고, 강제할 수단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 의원에 대한 비난여론과 지방선거 전략, 그리고 당내 여성 의원들의 사퇴 요구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도 적지 않다.
한 여성 의원은 “박 대표가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최 의원 문제에 대해 보다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총리에 대한 공세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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