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경제 애국주의에 경계령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 EU 집행위원회가 각국의 독점 에너지 기업과 이들을 비호하는 각국 정치인에 대해 공세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닐리 크로스 EU 경쟁위원회 위원장은 “EU법에 위반되는 회원국들의 애국적 조치가 인내의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찰리 맥크리비 EU 시장담당 집행위원도 “정치인들이 외국기업의 자국기업 인수를 애국심으로 막는 것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EU의 강경 입장은 최근 역내에서 정부가 개입해 기업간 인수ㆍ합병(M&A)을 저지하는 국수주의가 확산하는데 따른 것이다. 국익을 내세운 보호주의가 경제 단일시장을 거쳐 정치 통합을 추진하는 EU의 근본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EU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EU는 회원국이 국내, 국외 기업활동을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런 법적 테두리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EU는 이번에 단순 경고를 넘어 문제 기업의 사업부문을 쪼개 독점 구조를 무너뜨리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반개혁적이고 독점적인 에너지 대기업 시대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크로스 위원장은 “시장 실패의 핵심에 한데 묶여 있는 발전, 공급, 장비, 배급 기업의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의 공급과 유통을 지배하는 독점기업을 분리시켜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에 대한 경쟁위원회 권한강화와 독점 철폐를 위한 개혁을 강제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에너지 기업간 M&A 갈등을 막기 위한 공동 규제기구의 설립을 제안했다.
EU는 앞서 최근 안보와 국익을 내세워 외국기업의 자국기업 M&A를 저지, 경제 애국주의 논란을 야기한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에 경고와 우려의 뜻을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에너지기업 수에즈에 대한 이탈리아계 에넬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수에즈와 프랑스 국영기업의 합병을 발표했으며, 스페인도 독일계 에너지기업 에온의 자국기업 엔데사의 인수를 저지한 바 있다.
▦ EU 회원국의 M&A 개입 사례
▲ 프랑스
국방 철강 에너지 등 11개 부문의 외국기업 인수 시 정부 거부권 행사
이탈리아계 에넬의 에너지기업 수에즈 인수 저지
▲ 이탈리아
자국 금융기업 보호위해 매각 시 해외기업 차별
네덜란드계 ABN암로의 안톤베네타 인수 방해
▲ 스페인
에너지 기업의 지분 10% 보유기업에 대한 감독
독일계 에온의 에너지 기업 엔데사 인수 저지
▲ 독일
단일주주 20% 이상 의결권 행사 제한(폴크스바겐법)
룩셈부르크 인도계 세계 최대 철강기업 미탈스틸의 아스셀로 인수반대
▲ 폴란드
이탈리아계 우니크레디토의 금융기업 BPH 인수거부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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