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영화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인력과 자본의 결합을 통한 동북아 영화권이 형성되면서 세계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섞여야 강해진다’는 퓨전의 법칙이 동북아시아 영화계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미래산업의 첨병으로 떠오른 시대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 영화계의 합종연횡은 문화상품의 새로운 생산 방식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160억원을 들여 올 가을에 개봉하는‘묵공’은 ‘무늬만 중국’인 영화다.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등이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다. 감독은 홍콩 출신의 장지량(張智霖), 주연은 류더화(劉德華)와 안성기, 원작은 동명의 일본 유명 만화다.
‘묵공’ 뿐만 아니다. 한국의 아이필름이 제작한 ‘데이지’도 범(汎) 아시아 인력의 결합을 통해‘글로벌 시네마’를 지향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촬영한 ‘데이지’의 출연배우는 정우성 전지현 등 한류 스타지만, 메가폰은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홍콩감독 류웨이장(劉偉强)이 잡았다. 음악은 ‘화양연화’ ‘연인’ ‘2046’으로 유명한 우메바야시 시게루(梅林茂)가 맡았고, ‘매트릭스’ 시리즈와 ‘스파이더맨2’의 액션을 조율한 홍콩의 린디안(林迪安)이 무술감독 자리에 앉았다.
쉬커(徐克) 감독의 대작 ‘칠검’과 장동건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무극’도 다국적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중국에서 촬영중인 제작비 100억원의 ‘중천’(감독 조동오)도 자본과 출연진(주연 정우성 김태희)만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이지만, 엄격히 따지면 ‘메이드 인 아시아’에 속한다. 일본 스태프가 음악과 의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250억원 짜리 대형 아시안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중이다. 홍콩의 리런강(李仁港) 감독이 연출하는 무협 블록버스터 ‘삼국지: 용의 부활’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100억원을 투자하고 정태원 대표가 제작을 총지휘한다.
류더화 리밍(黎明) 홍진바오(洪金寶) 등 홍콩 톱스타들이 총출동하고 중국 영화사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한다. 류승완 감독의 무협 액션 호러 ‘야차’와 박광수 감독의 코믹 무협사극도 아시아 합작을 추진 중이다.
한중일 합작영화는 날로 치열해져 가는 문화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등장했다. 아직 투입된 자본과 인력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아시아 영화인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고 있다.
최근 방한한 류웨이장 감독은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의 결합은 계속돼야 한다. 당장의 실패는 결국 미래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협력해 장기적으로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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