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결국 부패혐의로 기소된다.
이탈리아 검찰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1997년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며 영국 변호사 데이비드 밀스에게 최소 60만 달러(5억 8,000여만원)를 건넨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리 총리와 함께 기소될 밀스 변호사는 뇌물을 받고 97~98년 진행된 재판에서 두 차례 위증한 혐의다. 그는 95년 베를루스코니가 당시 사회당 출신인 베티노 크락스 총리에게 불법으로 추정되는 자금을 전달한 것과 관련된 자문을 해주고도 이를 숨겼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밀스는 또 조세피난처에 설립돼 미국 영화 판권을 산 2개의 회사가 베를루스코니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법원에서 밝히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밀스 변호사 모두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테사 조웰 영국 문화부 장관의 남편인 밀스 변호사는 세금 전문으로 80∼90년대 이탈리아 최대 갑부이자 언론재벌인 베를루스코니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뇌물 혐의가 드러나면서 최근 자신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한 뒤 영국에서 부인 조웰 장관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게 일었다. 조웰 장관은 97년 남편과 서류에 같이 서명해 거액을 대출 받아 집을 구입한 뒤 베를루스코니로부터 받은 돈으로 대출금을 갚아 돈의 출처를 알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웰 장관은 위기에 몰리자 최근 남편과 별거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으나 “장관직에 연연해 결혼을 희생한 정치적 별거”라는 비난이 더해져 사퇴 압력은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이번 기소 결정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그는 98년 탈세 등의 혐의로 2년9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고도 확정판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이용해 2001년 선거에 출마, 총리로 당선됐다. 이후로도 각종 탈세와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다음달 9~10일 총선을 실시할 예정인데 우파를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기소 결정으로 이미 여론조사에서 조금 앞서고 있는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전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중도 좌파연합에 패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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